“친환경 낙농업 여건 유지가 필수”

도시근교 낙농업의 ‘고민’-경기도 일산 동구

  • 입력 2009.10.26 11:3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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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호황 옛말, 생산비도 못 건질판”
축산분뇨 처리 지자체 대책 서둘러야

경기도 일산은 서울근교의 대표적인 신도시 중 하나. 그러나 아파트가 밀집된 중심지를 벗어나면 차츰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도농경계의 현장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은 도시근교 농업의 전형을 보이는 곳으로, 이 지역 낙농가들은 언제까지 젖소를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합리적인 농장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90년대 중반부터 젖소를 키운 박승대(45) 씨는 축산업 호황을 누리던 옛 이야기를 전했다.

“예전엔 송아지 한 마리 팔면 한달 생활비는 거뜬했다. 축산분뇨도 농사짓는 집이면 서로 아쉬워했었다. 거름이 부족해 인근 양계장에서 사다 쓴 기억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는 “송아지를 팔아도 생산비도 못 받는 실정이다. 특히 축산분뇨 처리 때문에 농장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지자체들마저 적절한 대안 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씨는 “축협과 시에 알아보니 공동퇴비장을 짓는 예산은 있으나 부지 마련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어느 곳에도 공동퇴비장을 지을 만 한 곳이 없다. 그보다 각 농장별로 간이퇴비사를 짓는 비용을 지원해 주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종수(44) 씨도 “인근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분뇨처리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그야말로 민원과 환경과의 싸움”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정리했다.

“적합한 지역으로 이전해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생활터전을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집유권역이 설정돼 있어 쉽게 움직이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이 씨는 또 쿼터의 매매와 양도에 대해서도 “원유쿼터는 현재 ℓ당 3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일명 소장사들의 손에 거래가격이 좌지우지되고 있어 농가는 싸게 팔고 비싸게 사면서, 늘린 쿼터량만큼 고스란히 빚이 된 상황이다. 정부가 쿼터거래의 기준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에 680ℓ의 쿼터량을 받았다가 현재 1330ℓ로 늘린 박승대 씨는 본인도 그렇지만 주변 낙농가들도 늘어난 쿼터량만큼 빚이 늘어난 속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승대 씨와 이종수 씨 등 이 지역 낙농가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아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근교라 개발 얘기로 뒤숭숭해도 낙농업에 대한 비전을 농가 스스로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HACCP 인증을 받고 깨끗한목장가꾸기 운동에도 열심히 동참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계속 젖소를 키우려면 친환경 축산을 유지하는 길 뿐이다.” 이야기를 하느라 잠시 일손을 놓았던 그들은 축사 지붕공사를 다시 서둘렀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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