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가꿔온 유기농지 사라질 판
대체농지 거론 땅도 척박한 야산
2대걸쳐 강제수용 당하는 농민도
주민들은 당장 착공이 시작되면 목숨 걸고 싸우겠다며 지역의 공동대책위를 꾸린 상황이나, 이들의 대응은 정부의 사업 강행 의지로 묵살되고 있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팔당에서 농사를 25년간 지었다는 김태원 남양주 대책위원장은 이 지역에서 3천평 유기농사를 짓는다. 그 가운데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극히 일부의 농토를 제외하고 모두 수용된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김태원 위원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대규모 사업 추진을 앞두고 이해관계 당사자들인 농민들에게 사전 통보나 설명 없이 추진한다는 것에 분노했다. 김 위원장은 “마스터 플랜이 발표되기 전 어떠한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고,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설명회와 공청회가 있었을 뿐 주민들에 대한 동의절차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장 11월에 이 일대 착공을 들어간다고 하는데 공사가 시작되면 우리는 장비 앞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팔당지역은 그 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로 확정된 상태이다. 이 지역 농민들은 무엇보다 그 동안 노력 끝에 만들어놓은 비옥한 토지를 수장시켜야 한다는 사실에 개탄했다. 김 위원장은 유기농을 처음 시작할 당시 토마토에 붙은 진딧물을 떼기 위해 꽹과리를 치는가 하면 담배찌꺼기를 모아 밤에 태워 해충을 없애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 지역 유기농가의 경우 최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변화로 소득이 안정되어 가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남양주와 양평의 경우 100농가정도가 유기농사를 짓고 있고 연 매출이 60억으로 총 100만 톤의 농산물을 수도권 소비자 60만명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팔당유역 주민들은 지난 1966년부터 시작돼 1973년 준공된 팔당댐 공사로 이미 한 번 농토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이 지역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다시 강제수용을 당하게 된 것.
팔당댐 준공당시 마을의 이장이었다는 이강용(송촌리, 77) 씨는 “당시 팔당댐 착공으로 농민들은 농토에서 내몰렸고 생계가 막막한 농민들은 4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정부로부터 하천부지에 영농이 가능하다는 점용허가권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역시 매년 일정의 사용료를 내왔으며 15년전 이 일대가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자력으로 유기농업을 일궈온 것이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이 일대 보상문제와 관련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형식적인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지자체에서는 세계유기농대회 문제도 있고 이 지역 유기농가를 2011년까지 점용허가를 유예하려는 것 같다”면서도 “청와대와 국토해양부가 밀어붙이면 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보다 이곳의 땅이라며 그 동안 20년간 자력으로 일궜고 최근 수년간은 정부도 유기농민들의 노력을 인정해 이 지역 귀농을 권장하는가 하면 저리대출 등의 지원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광재 씨의 모친 정정숙(73) 씨는 “이제야 겨우 빚도 갚고 살만하니 나가라 한다”며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서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하시니 어쩌겠느냐”고 말을 흐렸다. 한편, 4대강살리기 사업의 한강1공구로 들어가는 팔당유역은 오는 10월 말 국정감사 기간이 끝나면 11월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남양주=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