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주년>왜 지역먹을거리 운동인가-일본 지산지소운동

농민-농협-지방자치단체-정부 힘 합쳐
  • 입력 2009.10.05 10:23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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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지소운동의 역사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은 말 그대로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언제부터 시작된 지는 명확치 않지만, 1981년 식생활 개선운동으로 출발해 최근에는 식량자급률 제고 및 농촌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지산지소 운동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하나의 흐름을 이루었으며, 실제로는 1970년대 후반 교토부에서 전개된 ‘지역식량확립운동’이 지산지소 운동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지산지소’란 말을 처음 사용하여 정착시킨 인물은 시노하라 다카시(篠原 孝) 농림수산성 산하 농림수산정책연구소장. ‘지역생산·지역소비’라는 말이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농가들 사이에 사용되고 있는 것에 착안, 1987년경에 지산지소란 용어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 식생활개선운동에서 출발한 일본의 지산지소운동은 최근 식량자급률 제고 및 농촌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효고현의 산지 직판장 모습.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 ‘지역에 뿌리를 둔 식(食: 먹을거리), 농(農: 농업생산) 의 재생’을 겨냥한 새로운 조류와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구체적 사례로 ‘지산지소운동’ ‘지역식료확립운동’과 다양한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만들기 운동’ 등을 꼽는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서는 JA(일본농협)가 참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즉 2000년 20회 및 2003년 23회 JA전국대회에서 지산지소가 강조됐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지산지소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큰 몫을 했다. 농림수산성은 2002년 4월 ‘식과 농의 재생 플랜’의 기본방침을 “소비자 제일의 푸드시스템을 확립하고, 먹을거리의 안심을 확보하는 것”으로 정하고, 이를 농업의 구조개혁 가속화와 도시-농촌의 공생·대류를 통해 실현코자 했다.

이어 2004년 3월에는 ‘식육추진기본계획(食肉推進基本計劃)’을 책정, 학교급식에 있어서 도도부현(都道府縣)단위에서의 지역농산물 사용비율을 2010년까지 전국 평균 30%이상으로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림수산성은 특히 2005년 3월 각의 결정으로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에 의거,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중점적으로 해야 할 활동사항으로 지산지소의 전국적 전개를 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소비자 요구에 맞춘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역에 기반을 둔 식재료나 식생활문화를 제공하여, 국민에게 농(農)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한편,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강화, 지산지소나 소비자 직판을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국내 농축산물의 생산 증대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 농협경제연구소

이를 위해 농민들은 다른 업종의 사례를 활용한 기술 개발이나 신규 판로의 개척 등 수요에 맞게 생산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식량자급률이나 지산지소 목표를 설정하게 했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지산지소를 추진하기 위해 2007년에는 약 9백억엔(한화 약 1조3천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매년 예산을 책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예산은 ▷농업, 급식, 관광 등이 일체가 되어 지역 전체가 지산지소에 참여하는 ‘지산지소 모델타운 사업’ ▷지역 농산물의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직매장, 처리가공시설 ▷지역 자원을 이용해서 도시민에게 매력있는 지역, 시민농원(주말농장), 직매장, 식자재 제공시설 등에 사용토록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2001년 이와테 현을 시작으로, 카나가와 현, 사이타마 현 등 전국 곳곳에서 ‘지산지소 추진사업 기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국 1천800개의 시정촌(市町村) 중 절반에서 지산지소 실천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며, 에히메 현 이마바리 시 등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추진하는 곳도 있다.

지산지소운동의 효과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산지소 운동에 대해 농민과 소비자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서 이 운동은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는 일본 농림수산성의 지난 2007년 3월에 발표한 ‘지산지소에 관한 의식·의향조사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신선한 식재료 구입’을 90% 이상 꼽았고, ‘안전한 식재료’ ‘생산자를 가까이 느낀다’ 등이 뒤를 이었으며, 농민들은 ‘규격외품 판매 가능’ ‘생산의욕 고취’ ‘소비자 요구를 파악한 생산 가능’ ‘지역 식문화 계승’ ‘경작을 포기한 땅의 경작유도’ 등을 지적했다.

또 지산지소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식과 농에 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는 등 식육에 기여한다’ ‘지역 생산자 등과 지역 식품기업, 학교 등의 제휴가 일어나서 지역전체의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지산지소운동의 형태

현재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의 형태는 크게 3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산지직판장과 학교급식과 연계, 그린투어리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산지직판장=일본의 2005년 농림업센서스에 따르면, 현재 산지 직판장 수는 총 1만3천5백39개로 추정되며, 그 구성은 부정기 직판장 40%, 상설매장 32%, 아침 또는 저녁시장 23%, 기타 5% 등이다.

2007년 농림수산성의 산지 직판장 실태조사 결과, 평균 매장수는 119㎡(36평), 종업원수는 7.4명으로, 운영주체는 생산자그룹이 64%, 농협이 18% 등이다. 이들 직판장의 연간 판매액은 3천3백87만엔이며, 이중 지역농산물이 74%로 2천5백18만엔을 차지했다.

이들 직판장들은 사전에 내점할 수 있는 소비자나 경합하는 가게 등 지역특성을 면밀히 조사 검토한 후 장소를 결정하고, 직판장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 양판점에 인숍(In-Shop) 형태로 출점하는 등 다양하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구성은 다양한 농산물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다른 직판장과도 연계를 추진하는 한편 지역특산물, 전통식품 등 다른 지역에 없는 농산물과 계절 농산물을 공급한다. 특히 소량다품목의 생산·출하 체제를 만들고, 다른 지역에서의 작물재배방법 연수 등을 통해 품목을 확대 재배하여 공급하고 있다.

상품 수집은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생산·출하가 가능토록 판매관리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휴대폰이나 팩스 등으로 판매상황을 산지에 보내 판매와 출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노인·여성도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도록, 여러 지역에 거점 집하장소를 설치해 놓고 있다.

또한 채소절임, 건강차, 잼, 와인 등 농산물 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직판장의 상품도 다양화되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가공, 외식, 관광 등의 다른 업종과 연계, 직판장 이용객을 늘리고, 판매액 증대는 물론 고용기회 확대 등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학교급식=구체적인 사례로 일본 혼슈(本州) 남서부에 위치한 시마네현 키스키 정(町, 읍에 해당)의 생산자그룹이 있다.
2003년 키스키 정 정장의 발의로 2004년부터 ‘학교급식생산그룹’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 공급을 시작했다. 생산자는 남성 5명, 여성 44명 등 49명이며, 평균연령은 73세로 지구별로 10개의 그룹의 있다. 매월 1회 정례 임원회를 열어 공급가능품목과 물량을 확인한다.

가격 결정은 학교급식위원회가 도매가격과 직판장 가격 등을 참고로 안을 만들고, 생산자 그룹의 임원회에서 승인한다.

또 다른 사례로 이와테현 야하바시의 직판장 운영 농협자회사가 있다. 2004년 공동조리장 완성을 계기로 정장이 JA조합장과 의논하여 학교급식 식재료를 일괄 공급키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출하자는 직판장 출하자 11명이며, 평균연령은 70세의 여성들이다.

이 사업의 성과로 지역의 농산물 시용비중이 2004년 40%에서 2007년 55%로 늘어났고, 어린이들이 채소 이름과 재배방법, 제철농산물 이해 등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생산자의 의욕이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투어리즘=지역의 고유한 음식과 농축산물을 상품화하고,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사원식당 등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縣) 내에 도농교류를 위한 농림어업 단체 관광 및 상공단체 등이 참여하는 조직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행정 조직 내에서의 도농교류 추진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업이 없고, 관광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그린투어리즘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나가노현 매시다(반전)시의 경우 체험형 수학여행(농가민박), 농번기에 도시민 유치(농가숙박) 등의 그림투어리즘을 추진, 체험 학생수가 1996년 3개교에서 2002년 260개교 4만5천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를 통한 시 전체의 경제적인 효과는 10억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설매장, 직판장, 아침시장 등 형태 다양
학교급식 30% 이상 지역농산물로 제도화
식량자급률 제고?농촌경제 활성화로 승화


일본 ‘지산지소 운동’의 원조
1970년대 후반 교토부의 ‘지역식량확립운동’

1970년대 후반부터 교토부(京都附)에서 전개된 ‘지역식량확립운동은’은 현재 일본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산지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은 “지역에서의 식생활과 식료의 생산·유통을 주민본위로 재건하여 250만 교토부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삼았다.

이 운동은 ▷지역의 생산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식생활과 식습관 확립 및 지역주민의 식생활을 실제로 풍부하게 발전 ▷지역주민의 식탁을 책임질 수 있는 식량공급능력을 지역에서 제고 ▷지역에 뿌리를 둔 합리적인 가공·유통체제 구축 ▷250만 부민 전체의 운동으로서 나라의 식료자급과 식료정책의 확립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즉 당시의 목표는 지역주민에 대해 양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특산지 만들기’를 ‘종합산지 만들기’라는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었다.

양질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농업의 ‘종합산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더욱이 농업생산환경의 파괴와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의 파괴를 방지하여 총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였다. 따라서 이는 현재적 의미에서 지산지소운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분 > _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 농협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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