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주년>왜 지역먹을거리운동인가-학교급식

“아이들 건강, 안전한 지역농산물이 책임진다”

  • 입력 2009.10.05 10:20
  • 기자명 화천=허경, 아산=엄청나, 상주=문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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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을 학교, 군부대, 병원 등 단체급식소에 공급하면, 지역농민들을 살릴 수 있고 지역 경제도 살아나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중간상이 필요 없기 때문에 생산자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높아지고, 생산자는 더 안전하고 좋은 먹을거리 재배를 위해 힘쓰게 된다. 더욱이 어린이들 건강을 위해 학교급식에 안전한 지역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역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이용하자는 노력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상태이며,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이같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아산, 상주, 화천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교급식 사례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곳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화천=허경, 아산=엄청나, 상주=문창진 기자〉

 

강원도 화천군 광덕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영농조합법인 결성

친환경농산물 공급, 직접 조리

 

▲ 강원도 화천군 광덕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3월 광덕초교에서 학교급식에 사용될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고 있다. <사진제공=광덕초등학교>

 

학교급식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가 지역의 친환경농산물로 공급되는 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는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흔한 아토피도 부모들의 급식에 대한 걱정도 없다.

학교급식이 학부모와 학교 그리고 아이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지역공동체를 수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곳 바로 강원도 화천의 광덕초등학교다.

이 학교가 지역 친환경 농산물 급식을 하게 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다. 아이들의 학교급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신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식재료에 맞는 요리를 부모들이 직접 해서 학교급식을 꾸려나갔다.

급식메뉴는 겨울을 제외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친환경 농산물로 이루어지며 잡곡밥과 산나물 등 서울 아이들은 흔하게 먹을 수 없는 메뉴까지도 이 학교에서는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이 ‘화천군 친환경 영농조합법인’에 농산물을 납품하면 영농조합법인에서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계약 재배로 납품된다.

음식조리법 또한 상당한 신경을 쓴다. 튀기고 볶는 음식보다는 삶고, 찌는 것을 기본으로 조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광덕초등학교 아이들은 식습관이 좋고 도시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아토피나 음식 알레르기도 없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서 서울에서 학생이 내려왔는데 1년만에 치료 됐다고 한다.

또한 매년 학부모들은 텃밭농사, 장 담그기, 두부 만들기 등을 하면서 학부모와 학교의 소통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학습효과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재숙 급식담당 교사는 “학부모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친환경급식이 이제는 아이들이 더욱 좋아하는 급식이 됐다”며 “아직도 아이들은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데, 이번에 급식시범학교로 선정되어 텃밭채소 등 지역농산물을 아이들의 입맛에 맞도록 조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한 학교급식,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학교급식은 지금 전국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가 합심해서 만들고 있는 광덕초등학교의 노력은 학교급식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주목해야 할 모델이 될 것이다.  

 

 충남 아산시

지역주민들 발의로 조례 제정

관내 전학교에 친환경쌀 공급

 

▲ 아산시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가 지난 달 13일 아산시청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있다.

 

아산시는 주민발의를 통해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했다. 손쉬운 방법을 뒤로 하고 3개월간 주민서명을 위해 동분서주 한 것은 학교급식 운동자체가 바로 시민운동이기 때문이다.

김지훈 학교급식운동본부 아산시 집행위원장(아산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학교급식운동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문제를 넘어서 지역 농업과 농민의 생존권 문제가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사업”이라면서 “결국 아산의 먹을거리와 교육에 대한 시민운동과 연계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주민발의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주민발의 당시, 쌀 개방을 비롯해 농업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지방자치가 시행되는 시기에 주민들의 자발적 행동들이 요구되던 상황이라고 주민발의의 배경에 대해 덧붙였다.

아산 학교급식운동본부는 학교급식이 단순한 지원이 아닌 ‘학생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역 농업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급식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2007년에는 친환경 쌀을 현물로 공급하는 성과를 만들었고, 현재는 한우를 비롯해서 품목 확대를 꾀하고 있다.

조례제정과 학교급식 심의위원회가 설치되고도 그 운영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산 학교급식 심의위원회는 구성과 운영에서 형식을 넘어 실질적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산시농민회, 전교조 소속 교사, 학부모단체, 친환경생산자단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으면서 우선 심의위원회가 아산시민의 뜻을 대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활동과 내용에서도 학교급식사업의 기본 취지에 충실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7년 친환경 쌀을 처음 도입할 때, 실제 도비와 시군비로 지원되는 식품비로는 도저히 친환경 쌀을 아산 전체 학교에 공급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친환경 쌀 공급이 필요한 이유를 시민들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시의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자치예산 4억을 세우며 아산 유치원, 초·중·고 전 학교에 친환경 쌀을 현물로 지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아산 학교급식 운동본부는 향후 학교급식 운동을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그중 하나는 무상급식이고, 또 다른 것은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한 활동이다.

김지훈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학교급식 심의위원회는 적어도 일 년에 두 번 이상은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1, 2월 심의위원회에서 1년의 전반적인 학교급식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7, 8월의 심의위원회는 1학기에 대한 평가와 다음계획, 부족한 것들에 대한 대안이 만들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센터 건립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현물지원을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급식센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학교급식운동이 지역의 로컬푸드, 교육운동과 연계되어 제2의 급식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산 학교급식 운동본부의 당면한 과제”라며 향후 조직 재정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경북 상주시

13개 시민사회단체 협의회 구성

친환경쌀·유기농 콩 제품 공급

상주지역에서는 2004년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상주지역에서 소비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학교급식에 공급하자는 것을 목표로 상주 학교 급식 발전협의회 준비위원회(준비위)를 구성했다.

준비위가 학교급식조례운동을 펼친 결과 2004년 12월 상주시의회가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 사용을 지원하는 조례안’을 제정했다. 준비위는 또 2005년 1월 19일 학교급식발전협의회로 공식 발족하면서 지역내 학교급식운동을 본격화했다.

2005년 이후에는 상주학교급식발전협의회가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학교 급식 식품 지원비를 점차 늘려갔으며, 2009년 2월 상주 학교 급식 식품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을 통해 상주관내에 유치원, 초·중·고 총 99개 학교에 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이 공급되고 있다.

현재 상주 학교급식발전협의회는 참교육학부모회상주지회, 전교조상주지회, 상주시농민회, 상주시여성농민회 등 13개 지역단체가 포함되어 있다.

상주에서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과 유기농 콩 제품 등이 학교급식에 사용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급식비 조정(인상)을 통해 채소, 장류 등 안전한 지역 먹을거리가 더 많이 학교급식에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산을 우선으로 한 친환경 농산물 확대공급, 급식센터·친환경물류기반 등도 설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혜진 상주학교급식발전협의회 집행위원장(참교육학부모회상주지회 정책부장)은 “상주에는 친환경농사를 짓는 작목반, 공동체가 많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친환경 급식재료를 학교급식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친환경물류기반과 유통 등의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급식을 활용한 로컬푸드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주민의 관심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로컬푸드와 학교급식은 지역의 농사방향을 끌고 가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줄이고, 신뢰를 확산시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국회의 방향과 지자체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학교급식, 로컬푸드와 농민들의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와 관련 남주성 전농 상주시농민회장은 “학교급식이 지금 당장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안전한 우리농산물을 먹으면서 농업의 소중함을 배우고, 우리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생기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은 농민들에게는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농업생산의 안정화에 기할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식탁이 제공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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