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수입농산물 관리 ‘구멍’

수입과일 허위상장 10억대 피해…법인-중도매인 책임 소재 공방
서울시농산물공사는 “나몰라라”, “거래체계 개선 계기 삼아야”

  • 입력 2009.09.21 10:14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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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반입도 되지 않은 수입과일을 도매법인에 상장해 거래한 것처럼 속여 온 일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으로 해당 청과법인은 15일 기준, 10억여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유통주체들은 서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며 해당 도매법인은 중도매인을 형사고발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전문가들은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이번 기회에 수입농산물 거래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생경위와 피해규모는=한국청과(주)의 직원(경매보조사)과 수입업체가 짜고 가락시장으로 반입도 되지 않는 수입과일을 반입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일부 중도매인들의 묵인 아래 이들이 구매한 것으로 조작해 법인으로부터 출하대금을 받았다.

사건에 연루된 중도매인들은 조작된 서류(판매원표)에 기록된 대로 한 달에 두 차례 판매대금을 해당 법인측에 정산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과법인이 수입업체에게 출하대금을 지급하면 해당 업체는 이 돈을 관련된 중도매인들에게 입금했다. 해당 중도매인들은 수입업체에게 받은 돈으로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가락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불법행위는 최소 1년 이상 지속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한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금액은 약 9억8천만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한국청과측은 미수금 과다를 이유로 관련 중도매인들의 경매를 정지해 둔 상태이다. 또 이번사건에 연루된 중도매인들을 모두 형사고발한다는 계획이다.

▶도매법인, 관리·감독 소홀 문제=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법인과 중도매인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도매법인측은 중도매인들이 1년이 넘도록 이 같은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했고 금전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중도매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도매인측은 직원관리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매법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도매인 관계자는 “1년이 넘도록 이런 일이 있었는데  법인측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내부 관계“이 사건은 해당 청과법인이 실적과 수익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서 나타난 문제”라고 비판하며 “이 같은 행위는 제대로 단속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현구 (사)한중연 서울지회 회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청과 소속 직원은 경매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회사 대표의 친분으로 입사한 사람”이라고 지적하며 “도매법인의 편법영업에 중도매인이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수산물공사, 책임 없나=중도매인과 청과법인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형 산지유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는 도매법인 및 중도매인의 일정정도 책임이 있지만, 공사도 이번 책임에서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4월 발생한 중도매인 부도사태에서도 농수산물공사가 책임이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사건이 불거질 때까지 농수산물공사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통인들에 대한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이중 잣대 적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현구 (사)한중연 서울지회 회장도 “힘없는 중도매인들에게는 엄격하고 강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편 도매법인들에게는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김주수 농수산물공사 사장을 비롯해 관련 부서에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말을 듣지 않더라. 개설자가 공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는 이번 사관과 관련 지난 17일부터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법인에 자료를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입장차 보이는 전문가들=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회사내부의 ‘사기행위’라고 규정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미 수입농산물은 정가·수의매매제도로 가격이 결정되어 거래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래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다만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도매법인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농산물유통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입농산물의 거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현행 수입농산물 거래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는 유통관계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위 상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과일 중 오렌지와 바나나는 정가·수의매매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를 제외한 전 품목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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