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치열한 여성농민 삶 알리려 애썼다”

부산국제영화제 출품 ‘땅의 여자’ 권 우 정 감독

  • 입력 2009.09.20 20:14
  • 기자명 김영미-경남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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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가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소개된다. ‘땅의 여자’는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워낭소리’와 별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농촌에 살아가는 30대 세 여성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란 점에서 다르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2004년 ‘농가일기’, 2006년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통해 농촌현실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권우정〈사진〉 감독을 만나 ‘땅의 여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권우정 감독

-‘땅의 여자’는 어떤 영화인가?

▶대학 때부터 동창이었던 세 여성들이 농촌 현장으로 ‘투신’해 농사를 짓고 농민운동을 하며 겪은 일들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특히 이 땅에서 여전히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두 이름, ‘여성’과 ‘농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1년여의 걸친 행보를 기록했다.

-땅의 여자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일단 여성농민은 농사일이라는 경제적인 부분들을 남성과 동일시하게 노동력을 행사하면서도 그에 맞는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6년 WTO 홍콩 투쟁에 전여농 영상단으로 함께 참여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활기찬 여성농민들을 만나면서 공동화 돼 있는 농촌 사회에서 아직도 젊은 여성농민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농촌에 들어왔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투쟁 현장이 아닌 실제 농촌의 삶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이 이 작업을 하게 된 계기이다.

-촬영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총 촬영기간은 1년 반정도 인거 같다. 2007년 7월부터 정기적으로 주인공들을 촬영 했었고 2008년 초반에는 진주에 있는 빈집에 들어가서 좀 더 안정적으로 주인공들을 촬영하게 됐다. 촬영 종료점은 2009년 2월까지 갔던 것 같다.

-‘워낭소리’와 비슷한 농촌풍경인데 차이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워낭소리는 농촌을 배경으로 사라지고 있는 농촌을 도시인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간 다큐인것 같다.

두 영화가 농촌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땅의 여자’는 사라져 가는 농촌의 이미지 보다는 아직도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현실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여성농민, 그리고 지역은 다르지만 여성들의 보편적 문제를 가족관계 내에서 이야기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촬영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농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농촌 관련 다큐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호기심과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 것이다. 너무나 가까이에서 농촌여성들을 지켜봤다면 매력적이기보다는 그냥 현실로 평범하게 다가 왔을 것이다.

또 촬영을 하러 온 내가 부족한 농업 노동을 함께 거들면서 필요한 부분에서 카메라를 들지 못 할 때가 있다는 점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주인공들이 일상생활에서 찍히기 싫은 장면이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때 카메라를 무기처럼 들이 댄 것이다.

-촬영에서 아쉬운 점은?

▶일단 주인공이 세 명이다 보니 일상생활을 24시간 아주 밀접하게 접근할 수 없었다는 점과 주인공 중 한 명인 소희주 씨와는 근처 빈집에 살게 되면서 오히려 좀 더 일상적인 접근 촬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감독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어디인가?

▶가장 마음 아픈 장면이기도 하지만, 강선희 씨의 남편 고 김정호 씨의 장례식 때 소희주, 변은주 씨가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장면이 제일 좋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목표와 이후 계획은?

▶일단 극장 개봉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해볼 생각이다. 배급사(시네마 달)와 계약하면서 좀 더 장기적이고 계획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다양한 영화제를 통해 ‘땅의 여자’를 알려나가면서 배급에 있어서도 극장 및 다양한 지역단체와 공동 상영을 준비할 것 같다. 특히 여성농민의 문제를 농민 내부에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폭넓은 20, 30대 여성들에게 여성농민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

-끝으로 ‘땅의 여자’가 가지는 의미는?

▶근본적으로는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땅의 여자’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구의 엄마와 아내이기 이전에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그리고 여러 굴레 속에서도 자기 자신임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여성들을 ‘땅의 여자’로 지명하고 싶다.

 〈경남=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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