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칼럼]아전인수(我田引水)

  • 입력 2009.09.14 12:09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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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我田引水)

농협중앙회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망신을 당할 모양이다. 작년에 농협중앙회는 농협개혁위원회를 만들고 지배구조를 비롯한 사업구조개편작업을 시도했으나 참가한 농민단체장들의 반발과 막판 탈퇴로 마무리가 어정쩡하게 되었다.

농협 거수기 역할 하는 학계.언론

에 농식품부가 주도하여 농협개혁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에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또한 농협개혁위원회는 신경분리를 강력히 주장하여 우리 농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위원회 안을 성안 중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부의 강력한 개혁요구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던 농협중앙회가 다시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라는 조직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전차와 같이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고 종합하여 결정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전체 25명중 임직원대표 7명과 조합장 대표 7명에 더하여 외부인사로 농업단체 3명, 학계, 언론계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농협의 주인이라고 하는 농민들은 배제하고 일부 단체장들을 포함하여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포장하고 싶은 농협중앙회의 속내를 모르지 않는다. 말 잘 듣는 농협조합장들과 그동안 농협의 전위조직으로 성장한 농민단체를 비롯 농협의 입장에 번번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학계와 언론들이 팔은 안으로만 굽듯이 아전인수식 의견에 손을 들어 줄 것은 뻔한 일 아닌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유아들에게나 할 짓인데 농민을 이렇게 모독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사업구조개편 추진 안을 보면 농민들이 요구하는 경제사업 위주의 농협으로 개혁할 것에 대한 내용은 없고, 시중은행과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려는 것이다. 농민과 농업계가 나서고 정부와 정치권이 신경분리를 추진하는 것에 물타기를 하는 것에 다름없는 행위이며 노골적으로 제 논에 물대기를 백주대낮에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농협중앙회는 이번 사업구조개편중앙회를 통하여 다시 한 번 망신을 당할 것이며 350만 농민들로부터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동아(호박의 일종) 속 썩는 줄은 밭 임자도 모른다’더니 농협중앙회가 그렇다. 세상이 모두 농협이 썩었다고 하며 손가락질을 해대는데 정작 농협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자들은 썩은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다.

농민, 주인으로 세우는 지혜 필요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의 문제를 덮고 얼렁뚱땅 모면하면 또 잘 되려니 하는 관성이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생각들인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농민들에게 다가서는 것이고 농민을 주인으로 우뚝 세우는 것인지 깊은 반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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