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가공, 유통, 농민에게”

전여농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시리즈 〈7〉 여성농민운동의 방향⑤

  • 입력 2009.08.17 11:44
  • 기자명 류화영 전여농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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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KBS2 30분 다큐에서 전여농의 ‘우리텃밭’이 방송되었다. 상주 봉강마을의 제철꾸러미 생산자 조직이 소개된 것이다. 그 후 며칠 만에 카페 가입자가 1천200명이 되고 그중 2백명이 꾸러미를 신청했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찍어내는게 아니라 갑자기 많이 신청을 받을 수 없다하니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어서요..’ 간절한 사연을 담아 신청하는 소비자도 하나, 둘이 아니고 ‘대기자도 좋으니 제발 받아달라’는 소비자도 많다.

소비자들 안전한 먹을거리 요구

전여농 사무실은 즐거운 비명과 함께 생산자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100만이 촛불을 들었음에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고 중국산 과자에서는 멜라닌이, 냉동야채 가공품에서는 생쥐와 면도날까지 등장할 정도로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식량체계는 생산과 가공, 유통과정에서 많은 농약과 이름조차 알 수없는 온갖 식품첨가물, 화학약품이 범벅된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건강과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고 농민은 초국적 농기업에게 경제적 이익은 물론 농민의 가치와 존엄까지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초국적기업으로부터 종자를 사고 그에 맞는 농약, 비료, 농기계를 쓰며 중간상인이나 도매시장을 통한 판매로 고투입, 저소득이 될 수밖에 없고, 누가 먹을지도 모르고 헐값에 팔게 되니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보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농민 중심적인 생산, 가공, 유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식품비 지출액 중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80%에서 2005년 29.8%로 급감했다. 반면 가공식품의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25%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식품비 지출액 중 외식비의 비중은 1970년 1.9%에서 2005년 45.8%로 급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공식품과 외식산업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농산물, 그것도 상당수 GMO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농산물이 있어야할 자리에 얼굴 없는 농산물들이 차지함으로 인해 농민과 소비자는 멀어질 수밖에 없고, 농가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공사업을 농민들의 협업으로 해냄으로써 그 부가가치가 농민의 것이 되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농촌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농민적 가공의 핵심에는 전통지식을 가진 여성농민이 있다. 농사와 관련된 모든 지식과 지혜는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공동체 문화의 유산이며 자원이다. 이를 간직한 여성농민들은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수천 수만 씨앗 중 우리 땅과 우리 몸에 맞게 걸러지고 선택되어온 토종종자를 심고, 우리 가족이 먹는 것과 같이 정성들여 키우며, 장기보관하고 손쉽게 요리하기위한 다양한 가공법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가공사업과 관련한 법제도는 기업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사업자등록이나 조세제도, 표준규격 기준 획일화 등 과도한 규제로 여성농민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여농은 생산과 생활과 투쟁을 책임지는 여성농민 대표조직으로서 새로운 모색과 시도를 해오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횡성의 텃밭두부, 나주 알콩달콩 작목반 등이 여성농민의 협업을 통한 가공사업을 해왔으며 2007년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농민, 소비자 교육과 직거래장터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얼굴있는 생산자,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하는 우리텃밭’ 사업을 소비자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 펼쳐나가고 있다.

소비자 생산자 상생하는 협업

생산비를 보장해주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농민이 주는 대로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된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연대는 가공업자, 유통업자, 지방정부까지 함께 하는 지역먹거리체계를 세우는 중심이 될 것이다.

전여농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평등하게, 평화롭게 함께 나누며 농민으로서, 소비자로서, 주권국가로서 모두의 식량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세상을 향해 앞장서고자 한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준비, 누군가는 먼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류 화 영 전여농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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