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무엇이 문제인가

축산분야 피해액만 연간 5천억 예상

  • 입력 2009.07.20 13:17
  • 기자명 연승우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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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소조항과 농어업 피해가 작은 것으로 알려졌던 한-EU FTA가 한-미FTA 못지 않은 독소조항과 특히 농어업분야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농업분야 연간 피해 예상액은 ‘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결과에서 3천8백억원으로 추정했으나, 최근 축산분야만 5천2백억원까지 피해액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EU FTA가 국내 농축수산업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EU FTA 체결에 따른 농업분야 예상 피해액과 독소조항 그리고 진행 일정 등을 알아본다.

#농업분야 예상 피해액
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EU FTA와 농업부문 파급영향’에 따르면 한-EU FTA 타결 시 농업분야는 돼지고기, 치즈 등 축산분야와 포도, 복숭아, 감귤 등의 과일과 보리 등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생산 감소액은 2020년 기준으로 최소 2천3백억원에서 최대 3천8백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축산단체 등에서 발표한 피해액은 그보다 더 커 낙농분야 연간 피해액 1천28억원, 양돈분야 4천2백억원 등 축산분야만 연간 5천억원의 피해액을 예측했고, 닭고기, 맥주보리는 물론 계절관세가 도입될 것으로 알려진 과일류의 피해도 극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낙농 분야는 36%의 관세가 붙는 치즈의 경우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은 2004∼2006년 평균 수입물량의 100%를 시작으로 관세가 철폐될 때까지 TRQ 물량을 매년 3%씩 늘린다. 또 파마산 치즈 등 특정지역이 상표의 일부가 된 이른바 명품 제품들은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지리적 표시’ 보호를 강조한 특징이 있다.

낙농육우협회는 “한-EU FTA로 결국 수입물량 대부분이 무관세 물량으로 채워질 게 뻔하고 국내 우유수급 등 악영향이 자명하다”고 성명을 냈다.  EU의 돼지고기는 국내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민감한 품목이다. 냉동 삼겹살 관세율 25%는 10년에 걸쳐 철폐하되 냉동 돼지고기는 5년, 냉장 돼지고기는 관세철폐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

▲ 농민연합,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1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EU FTA 졸속 협상을 규탄하는 농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양돈협회는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83%로 크게 증가했다”며 FTA 체결국과의 돼지고기 수입비중이 확대된 것을 밝히고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1년간 출하두수)가 25두인 EU농가와 14두인 국내 양돈농가들과 자유경쟁이 가능한가”라며 국내 양돈산업의 극심한 피해를 우려했다.

또한 EU는 27개 회원국마다 경쟁력 있는 품목이 최소 한 두 개씩 있어 FTA가 발효될 경우 국내 농어업 피해는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EU측의 ‘수출 보조금’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협상의제로 제기 한 번 못하는 사이, EU집행위는 올해 1월 역내 낙농품 수매와 수출보조 재개를 결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수입 민감 품목의 관세철폐 예외 취급이나 장기철폐 주장의 논리로 활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를 우리측 협상단이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독소조항
쪾‘역진 조항’=한국과 유럽연합은 협정문 초안에 ‘서비스와 투자 부분에 대해 합의된 개방 수준을 후퇴시키는 무역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개방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조항으로 한-미FTA 당시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내용이다.

쪾‘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한국이 제3국과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추가적인 개방을 약속하게 되면, 이를 유럽연합에도 적용한다는 내용. 한국이 앞으로 일본, 중국 등에 대해 서비스, 투자부분을 추가 양허하면 유럽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효과를 낳는다.

쪾‘쇠고기 수입 관련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 조항’=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한-EU 양국은 OIE 기준 조항에 기초한다고 명기했다. 이로써 광우병이 다수 발발한 유럽 일부 국가의 쇠고기 수입 여지를 열어 두었다.

이 외에도 금융세이프가드 부문은 한미 협정 내용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이 생기는 경우 양쪽이 세이프가드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기간을 한미 FTA는 1년으로 한데 반해 한-EU FTA는 6개월로 한정한 것이다. 또 저작권 문제와 관련 양쪽은 저작권자의 사후 70년까지 인정키로 협의해 국내 출판·예술 산업 분야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한-EU FTA향후 일정
현재 양국은 협상 타결을 합의한 상태이며, EU는 27개 회원국이 협상내용을 토대로 법률적 검토 후 내년 상반기에 정식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혜민 FTA 교섭대표는 13일 브리핑에서 “EU는 협정문에 대해 구주(회원국) 의회가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정식서명을 내년 1, 2월에 하고, 우리 국회에서 걸리는 절차와 EU 의회에서 걸리는 절차를 생각하면 현재 내년 상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섭대표는 “타결된 내용을 가지고 법률검토 작업을 바로 진행한 이후 가서명을 함으로써 협정문에 대한 확정작업을 하고 그 다음 정식서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승우·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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