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미래 중장기 농정비전

  • 입력 2009.06.21 13:51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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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정당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다. 농민, 학계, 유통주체, 농관련 기업, 심지어 공직자들 조차도 과연 지금의 농정방향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가득하다. 매사가 그렇듯 모든 주체들이 만족할 수야 없겠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상위 1%의 국민들만으로 존립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업·농촌·농민의 상위 1%만으로 우리의 농업·농촌·농민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농정당국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위 1% 농민만을 위한 농정?

농정은 농업·농촌·농민의 독특한 특성과 가치를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관련주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보게 된다. 산업으로서의 농업만을 위한 농정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로서의 농촌 사회, 그리고 농민의 경제·사회적 지위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정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최근 각계각층이 우려하는 핵심은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독특한 특성과 가치를 제대로 못 보고 있는 점과, 일부분에서 옳은 것을 전체로 확대해도 옳을 것이라는 오류(구성의 오류)이다.

예컨대 우리의 농업 전체를 수출농업이니 벤처농업이니 하여 기업농화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우리 농업이 가야할 길이라는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 그것이다. 수출농업, 벤처농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틈새시장일 뿐이다.

도시자본을 끌어들여 생산부문은 물론 가공, 유통 부문까지도 진출하게 하면 소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또한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본질을 모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시각으로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소위 대책이라는 것을 만들어 봐야 소용이 없다. 아니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우리 농업·농촌·농민의 미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농업·농촌 문제를 기업농이나 산업으로서의 경쟁력만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도시자본에 의한 규모화된 기업농이 근간이 되는 나라는 없다. 호당 경지규모가 150ha인 미국도 가족농이 95% 이상이며, 최근 관심이 높아진 뉴질랜드도 호당경지규모가 200ha가 넘지만 100% 가족농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바른 우리의 미래 농정은 농업·농촌 문제와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식량안보와 식량주권,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 생명산업, 안전한 농식품의 공급 등일 것이다.

농업, 농촌가치 정확히 인식해야

이러한 문제 인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첫 번째 미래 농정 비전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 극대화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농민’이어야 한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역할(식량안보, 식량주권, 국민 건강권), 농촌이라는 지역공동체의 유지(국토의 효율적 이용), 자연과 환경 생태 보전, 전통·문화 보전(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재해방지기능) 등의 기능을 추구할 수 있는 비전을 말한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로컬푸드운동, 도시농업운동, 슬로우 푸드·슬로우 시티 운동, 친환경 학교급식운동, 어메니티 자원의 활용, 귀농·귀촌, 생협운동, 착한소비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공정무역운동,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생태농업 등을 소중히 여기는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식량자원 즉, 논과 밭, 산림 등을 활용하여 잡곡, 사료작물, 특용작물 등의 생산을 독려하고 이를 통하여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온실가스 감축형 농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 밖에도 미래 사회의 주역인 유치원생부터 중등학생까지 농업·생태·환경·자연 체험프로그램을 정기 과목화 하고, 농가소득안정장치 및 지원제도 확립, 농가 악성부채의 해소, 여성 농민의 역할과 지위 보장, 농정협의체 구성,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농정 등이 그것이다.

두 번째 미래 농정 비전은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쟁력 있는 농업·농촌·농민이 되어야 한다. 개방화·세계화·상업농화 시대에 경쟁력 제고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가족농 중심의 경영체 육성 필요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하고 맛 좋으며 가격도 저렴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고, 농촌은 환경과 생태가 보전될 뿐만 아니라 삶의 정주 공간으로서 쾌적하게 유지·관리되어야 하며, 농민도 농장과 지역 공동체를 관리하는 자질과 능력을 제고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두 번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산·가공·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의 농식품 안전성 제고, 기업농이 아닌 가족농 중심의 다양한 경영체의 육성, 농협의 개혁과 유통·경제사업 활성화, 농촌지역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지역농민, 지역농업과 연계되어 있는 지역농식품연관산업(전통농식품관련산업 포함)의 육성, 정예 후계 농업 인력의 육성 등이 필요함도 물론이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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