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에서 낙농주체로 우뚝 선다”

■ 인터뷰 = 여성낙농인 목장경영교육 ‘수석’ 최 혜 경 씨

  • 입력 2009.06.07 22:0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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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낙농육우협회가 지난 달 25∼28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리조트에서 주최한 2009년 제1기 여성낙농인 목장경영 전문화교육은 강화 ‘유혜영 목장’ 대표 최혜경 씨가 최고의 점수를 얻어 수석을 차지했다. 여성을 낙농 주체로 세우고, 현장에서 필요한 실제적인 목장 경영관리를 배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최혜경 씨. 일만 했던 여성 낙농인들의 현장 이야기와 올해 92세인 시아버지 걱정, 집안 일 걱정도 격려해주는 남편에게 맡기고 교육에 참여한 그녀의 희망을 들어본다.

▲ 한국낙농육우협회 주최 제1회 여성낙농인 목장경영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수석'의 영광을 안은 최혜경씨가 이승호 회장에게 표창장을 받고 있다.

-언제부터 목장을 했는지
▶축산학을 전공한 남편과 결혼해 보니 옛날 분들 말대로 ‘땅은 있지만 돈은 없는 곳이 시골’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종가집의 장손인 남편덕에 폐백 후 받은 절값이 당시로서는 큰 돈이었다. 그 돈을 신혼여행 가서도 아끼면서 모아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젖소 송아지 한 마리를 샀다. 그렇게 1985년 시작을 해서 지금은 젖소 120두를 키우고, 1일 1천2백kg을 서울우유에 납유하고 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소감은.
▶먼저 이번 교육이 열리게 된 배경부터 설명하고 싶다. 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들과 지난 해 낙농선진지인 독일, 프랑스로 견학을 갔었다. 그네들은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만큼 옥수수 등 사료작물도 자급하고 또 정부보조금도 우리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우리는 소에 먹일 것도 모자라 수입 사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그런데 체세포, 세균수 등 생산된 우유 품질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 우유가 세계 1등이더라. 농민은 1등인데 정부지원은 하위권이란 생각도 들었고, 조건이 열악한 데도 생산수준이 높다는 사실에 굳은 자신감을 얻었다.

낮에는 견학하고 밤에는 심도 있게 토론했다. 마지막날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과의 결론은 목장을 경영차원에서 접근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의욕이 높지만 귀국 후 집에 돌아가면 또 주저앉는다는 우려에 함께 한 낙육협 이세연 과장에게 건의했다. 열정이 식기 전에 실제적인 목장경영 수업을 받게 해달라고.

-교육 참여 후 달라진 점.
▶여성 낙농인들은 정말 일을 많이 한다. 집안 일, 목장관리, 숨 돌릴 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상황에서 3박4일의 교육 참여는 가족의 도움 없이는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나도 올해 92세인 고령의 시아버지와 아이들 챙기는 일 등 걱정이 많았지만 남편의 적극적인 격려 덕분에 참여했다. 그런데 목장 경영의 실제적인 주체인 우리가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강화지역 낙우회에 이번 교육을 여러 차례 알리면서 여성낙농인의 참여를 독려했다. 혼자 일 줄 알았던 교육에 2명이 더 참여했다. 그분들이 너무 좋았다, 다음 교육에도 꼭 참여하겠다고 약속하는 게 가장 뿌듯하다. 내가 받은 수석 표창장은 그분들이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막연하던 장부관리, 대차대조표 등에 대해 기초부터 접근한 수업이라 이해하기 쉬웠다. 앞으로 좀 더 단계 높은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여성낙농인들은 들러리였다. 속상하다. 지역에서 계속 여성낙농인들을 주체로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싶다. 정부가 농축산물 시장을 대책 없이 내주는 상황에 여성낙농인들은 더욱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움직여서 열악한 환경도 개선하고 목장도 체계적으로 경영해 나가야 한다. 사료값 문제도 정확한 수치로 따져보니 이만저만 오른 게 아니더라.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 낙우회분들과 인근 지역에 조사료 단지를 물색 중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우유 품질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할 일을 계획해 보면 하루가 다시 활기차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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