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어디로 가나〈4〉

농업연구는 계속 돼야 한다

  • 입력 2009.05.18 11:33
  • 기자명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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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농업은 수난의 해였다. CEO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들고 나온 농촌진흥청폐지 사태와 광우병 쇠고기 사태, 멜라민, 쌀직불금 사태까지...

그 후 1년이 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들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농진청 폐지 문제는 농식품부의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평가원’ 설립과 함께 2라운드로 돌입했고, 광우병 미 쇠고기 문제는 지난 4월 9일 캐나다가 ‘미국과의 차별’을 이유로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하면서 계속해서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 캐나다산 쇠고기까지 수입해야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인플루엔자a형이 나타나 국민들을 긴장시켰고, 동남아지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1년내내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갈수록 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심화 되면서 안전한 농산물이 블루오션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목되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왜 녹색혁명의 산실인 농진청을 폐지하려는 것일까. 쌀을 제외한 95%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는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며 값싼 농산물을 사다 먹자는 세력과 식량산업을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는 세력과의 투쟁의 역사다. 이러한 관점의 대립은 국제적인 경제 질서가 UR-WTO-DDA-FTA 등으로 이어져 오는 내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국내 정치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부의 성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대립해 오던 중 경쟁력과 산업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현과 함께 경쟁력을 강조하던 세력이 호기를 만났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도 안전한 식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 1년동안 농식품부는 광우병 사태와 쌀직불금 등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 놀라 듯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발생한 인플루엔자a형 이름을 두고 농식품부 직원들은 또 한번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경험을 해야 했다.

지금 농진청에서는 오는 9월에 설립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어떤 사람들을 배치할 것인지를 놓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해 정부의 농진청폐지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농진청측의 자구책의 일환으로, 농진청 스스로 민영화 할 부분을 찾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와의 약속이다.

그러면서도 농진청 사람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설립한다고 해도 농진청 민영화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출범될 농식품부의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설립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진청은 지금 과도기에 놓여 있다. 농진청 폐지 발표의 악몽을 농민들은 벌써 잊었지만 농진청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콩밭에 가 있다. 하루 빨리 민영화 논란에서 벗어나 맘 놓고 일만 할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러한 농진청 분위기와 관련 많은 이들로부터 충고의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은 잠시 거쳐가는 한 정권의 이해에 복속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와 국민과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따라서 과학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농업연구기관인 농진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농진청 스스로 자초한 일들도 많다.

과학자가 연구에 열중하기 보다는 승진을 위한 줄서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농민과 국민들은 과학자출신 정치인보다 농민과 국민의 바램을 연구과제로 삼는 연구원을 원한다. 지난해의 농진청폐지 발표도 농진청의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결과임을 알아야한다.

연구 활동을 경제적인 잣대로 보면 대부분이 퇴출 대상이다. 한마디로 돈먹는 하마다. 따라서 연구 활동은 그 자체가 투자인 것이다. 연구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에 장래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것이 농진청 폐지 문제다. 농진청 조직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결정권자가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민과의 소통과 함께 정권의 책임자와도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결정권자가 균형 잡히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국민도 손해고 정권도 손해를 보게 된다. 지난 해의 교훈을 잊지 말자.

국민·정권과 직접 소통해야

지방자치시대와 함께 농업이 지방화 되면서 농업정책이 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지역마다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오너’의 의중을 파악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농진청도 마찬가지다. 연구원의 또 다른 모습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연구원으로서의 지위보다는 농식품부의 하급조직 이라는 체계상의 지휘를 받아야만 한다. 이러한 지휘 체계는 단일직급제가 폐지되면서 단시간내에 농진청 전체를 장악하는 도구가 되었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연구에는 관심이 없고 승진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농진청폐지를 주장하게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어디로 갈 것인지 농진청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끝〉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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