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민과 한미FTA 반대”

세계농민조직 〈5〉 미국 농민단체(National Family Farm Coalition, 전미가족농연합)
식량시스템, 농기업 장악 막는데 앞장
식량주권 실현 위한 투쟁에도 적극적

  • 입력 2009.05.17 22:34
  • 기자명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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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농업강국이다. 세계 최고의 경작지면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곡물을 비롯한 몇몇 과일과 축산물의 생산량이 세계 1∼2위를 다툰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농업강국인 미국과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현재 국회비준을 남겨놓은 상태이다.

한미FTA는 한국농업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다르게 미국의 농민들에게 한미FTA는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흔히 얘기하는 국익과는 상관없이 한국의 농민들과 함께 한미FTA를 반대하는 미국의 농민들이 있다. 바로 전미가족농연합이다.

1986년 설립된 전미가족농연합은 현재 24개의 대중조직이 가입돼 활동하고 있는 연합조직이다. 이들 24개의 조직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금융, 무역, 그리고 농업과 식량에 대한 정책에 관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전미가족농연합을 통하여 연대하며 국가적인 캠페인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이들의 건강과 정의, 그리고 존엄을 보장하는 식량과 농업체계를 만들기 위하여 모든 곳에서 민주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다음 세대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지역공동체 속에서 가족농이 경제적으로 보장받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농이 생산한 농산물이 정당한 가격을 보장받고, 금융과 토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농업, 식량, 무역, 그리고 지역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농업수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정책을 지지하며, 식량시스템을 농기업이 장악하는 것을 반대하고, 농업정책이 농기업의 로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반대한다. 또한 자신과 소속된 회원조직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미가족농연합은 결성된 이래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첫 번째는 1987년 농촌신용대부법의 제정이다. 이 법을 통해서 파산위기에 놓인 7만여명의 농민들이 구제되었으며, 땅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이 법을 통해서 농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미국 농무부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강제해 왔다. 두 번째로는 1996년 농업법에 지역 식량 프로젝트를 위해 1천5백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가공시설이나 마케팅 전략, 농민시장 등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식량과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1999년부터 유전공학을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몬산토의 제초제 저항 라운드업 레디 콩과 다른 유전자조작 작물을 반대하는 광범위한 캠페인은 유전자조작 작물의 위험성에 대해서 농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농민들을 직접 만나서 GMO 밀과 쌀을 농민들이 선택하지 않도록 하고, 이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제기하는 직접적인 활동이 되었다.

또한 2003년에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반대하고 농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 농무부 지명자를 끌어내린 적도 있다. 190여개의 단체들이 반대서명을 진행하고 상원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전미가족농연합의 활동이 이루어졌었다. 마지막으로 2003년부터는 공정한 무역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미가족농연합은 미국의 농업보조금 정책이 유일한 답이 될 수 없으며,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흔히 미국의 농민들은 잘 산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농과 대규모 경작을 하는 농민들은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지급되는 농업보조금도 상위 20%의 농민들에게만 지급되고 나머지 농민들에게는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대다수 농민들은 낮은 농산물가격으로 인하여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최대의 곡물수출국이며, 전 세계 곡물무역량의 절반 이상을 자국의 농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 미국에서 소농과 가족농을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공정한 무역정책을 세우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전미가족농연합의 가족농을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싸움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롭지 않다. 신자유주의가 세계화를 통해 확산되는 것에 맞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들의 투쟁과 희망도 세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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