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실현·농업개혁 매진

〈4〉네팔 농민단체 ANPFa(All Nepal Peasants’ Federation, 전네팔농민연맹)
25개 농민조직 가입, 회원만 120만명
농민들 목소리 정부정책에 반영 과제

  • 입력 2009.04.26 08:21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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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네팔의 국민들은 대부분 힌두교도이지만 석가모니가 태어난 룸비니동산이 있는 나라인 네팔은 우리나라의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등반을 위하여 자주 방문하는 나라이다. 1인당 GNP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인 네팔은 가난한 농업국가이다.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쌀과 옥수수를 주곡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난하지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네팔의 농민들을 만나고자 한다.   

▲ 고지대에 정착하고 있는 네팔의 전형적인 농촌마을.

네팔은 불과 얼마 전까지 왕의 권력이 막강한 입헌군주제국가였다. 네팔의 현대사는 왕들과 떨어트려놓고 볼 수 없는데 농민들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19세기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자 네팔의 ‘라나’가문은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통치를 보장받는 대신 영국의 보호령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1947년 영국이 인도에서 물러나자 막강한 외세를 상실한 민중들의 봉기에 의해 1951년 라나 왕은 물러나고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게 되었다. ANPFa의 전신인 ANPA는 이 시기에 결성됐다. 1959년 마헨드라 왕이 있던 시기에 헌법이 만들어지고 최초의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1990년 봉기’에 농민들 동참

1960년 마헨드라 왕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의회를 해산시키고, 국왕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새로운 헌법을 공포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1972년 즉위한 아들 비렌드라 왕의 독재에 저항해 ANPFa를 비롯한 네팔의 민중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30여년간의 지하투쟁을 벌이게 된다.

1990년 2월 이른바 ‘1990년 봉기’라고 불리는 역사적인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가두시위와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마침내 비렌드라 왕은 억압적인 포고령을 해제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하지만 이는 얼마가지 못했다.

2001년 디펜드라 왕자가 왕위세습을 요구하며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은 뒤 기아넨드라 왕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는 독재정치를 실시하기에 이른다.

왕의 전제정치는 2006년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왕의 독재를 반대하는 농민들은 농기구를 들고서 마을에서 도시로 향하는 행진을 하였다. 농민들은 자신만이 아닌 가족들을 함께 데리고 투쟁했으며, 행진 속에서 젖을 먹이는 여성농민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농민들은 계엄령과 통행금지에 반대하면서 자신들이 점거한 지역을 민주주의지대라고 부르면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향하였다. 농민들의 투쟁과 노동자들의 파업을 중심으로 19일간의 기나긴 민중봉기 끝에 왕은 통치를 포기하고 의회를 복구하게 되었다. 이후 제헌의회의 구성과 함께 네팔 연방공화국의 선포가 이루어지고 왕제는 폐지되었다.

이제 네팔의 농민들과 ANPFa에게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있다. 제정된 임시헌법에는 식량주권과 식량에 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으나,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들어질 헌법에 농업개혁, 토지와 같은 생산자원의 접근, 식량주권의 실현, 성평등을 비롯한 농민과 민중의 권리를 올바르게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새 네팔 만들 힘의 원동력 

 

또한 새로운 헌법 하에 구성될 새로운 정부의 농업정책에 농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풀어가야 한다.

ANPFa의 지난 총회에서 다른 25개의 농민들의 전국조직이 가입하여 승인받았다. 또한 모든 분야의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바르게 대응하고, 네팔의 역사적인 과정에 따르는 새로운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적 전망이 논의되었다. 이제는 더욱 커져서 120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을 바탕으로 네팔의 식량주권 실현과 농업개혁을 위해서 ANPFa가 해야 할 몫이 적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네팔을 만들어낸 힘의 원동력인 네팔의 농민들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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