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치고 가재 잡고?

  • 입력 2009.04.20 08:30
  • 기자명 한도숙 의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 시절 “도랑치고 가재 잡고”라는 우리속담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러니 지금 어린 우리 아이들은 이 속담을 이해 할 수 있겠는가? 어느 날 외삼촌께서 농사짓는 산골에서 물도랑을 치는데 아닌게 아니라 삽 끝에 가재가 딸려 나오는 것을 보고 그 속담의 내력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이미 아시겠지만 한 번의 행위로 두 가지 효과를 얻는다는 속담일 텐데 이번에 농식품부 장태평 장관께서 태평한 농촌대책 중 한가지로 귀농자 지원책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1천5백억원을 들여서 귀농 1가구당 2천만∼최고 2억원까지 3%로 융자하고 농가를 구입하는 가구에 최고 2천만원까지 빌려주고 최고 5백만원은 수리비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언뜻 귀가 솔깃해진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발발된 세계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 심각한 실업사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 방법으로 이런 정책을 발표한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첫째 융자금은 회수가 가능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실업자중 대부분이 물건담보 능력이 없으므로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둘째 담보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농촌 정착형태가 불완전 구조가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구가 반으로 나뉘어져 여차하면 유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귀농자에게도 피해가 되며 농촌거주자들과 위화감만 조성하고 말 것이다. 또한 2천만∼3천만원의 소액을 농신보로 지원 받는다 하더라도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실업대란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높아지는 실업률로 인한 사회불안을 안정시키고 노쇄해가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는 눈물겹다.

IMF 시절 약 20만명이 농촌으로 돌아 왔다. 그 중에는 작정하고 농사지으러 온 사람도 있었지만 어려운 순간을 농촌의 부모 형제에게 의탁하며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려 한 사람이 더욱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기에 몇 년이 지나지 않아 2만명 수준으로 정착하고 그나마 지금은 극히 미미한 숫자만이 남아서 농촌살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귀농은 귀농정책 자체 보다 농촌경제를 살려내는 일로 시작되어야 함이 이로써 증명된 것이다.

부지런히 농사지은 결실이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농촌에 사는 보람을 느끼도록 정책을 살펴 나간다면 유인적 귀농정책보다 더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장태평 장관이 진정 도랑치고 가재까지 잡을 생각이라면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또한 생산된 농산물이 제값을 받는 정책이라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농촌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