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민조직 <4>인도 농민단체

정부 저농산물가격정책 맞서 탄생
스스로 후계자 육성 위한 학교 운영
종자은행 통해 토종종자 보존 보급

  • 입력 2009.04.13 08:48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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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나라로 인도를 손에 꼽는다. 정신이 풍요로운 나라이기에 동경하며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것을 빼앗아 소유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제국주의국가들의 쟁탈전 틈바구니에서 오롯한 역사를 가진 아시아 나라들이 많지 않듯이 인도 역시 가진 것이 많아 언제나 제국주의국가들에게 침략의 대상으로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를 일컬어 ‘동방의 등불’이라고 표현했던 시인 타고르가 살았던 인도의 농민들을 만나보자.

인도는 인구 10억명이 살고 있어 인구구성으로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이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종교의 숫자도, 음식도, 언어도 많다. 힌디어와 영어를 제일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공식적인 언어는 22개나 된다. 지역별로 각기 다른 말을 사용하다보니 농민단체들 또한 지역과 언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82년 반농업, 반농민적인 정부정책에 대항하고, 정당한 농산물가격 보장, 소농들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의 발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의 조직으로 연합하게 되었다.

인도는 면적이 워낙 넓고, 지역적인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가 있어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하다. 하기에 BKU 역시 중앙 집중적이지 않고 각 지역조직들의 활동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물론 최근의 급속한 공업화로 인하여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국민 중 80%가 농민이다. 전체 곡물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쌀과 5분의 1을 차지하는 밀은 인도의 주요 작물이고, 차와 황마로 유명한 나라이며, 사탕수수, 면화, 커피, 고무, 담배 등이 주요하게 재배된다.

이런 인도에서 농업과 관련된 가장 중심적인 사회적 문제는 바로 농민들의 ‘자살’문제이다. 인도의 전국범죄기록국 자료에 의하면 1997년 이후 10년동안 16만6천명에 이른다. 이 자료에 따르면 30분마다 1명의 농민이 자살한 것이다. 정부차원의 형식적인 대책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인도농민들의 자살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인도 농민들의 자살은 단순히 그들이 농사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도 농민들의 대규모 자살이 시작된 시기는 농산물 시장개방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면화가 수출보조금으로 값싸게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인도 면화가격의 살인적인 폭락이 일어났다. 이어서 초국적기업인 몬산토의 하이브리드종자 면화가 인도에 들어오게 되면서 농민들의 자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토종종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의 하이브리드 면화종자는 광고와 정부보조금을 통해 농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많은 농민들이 현혹되어 몬산토의 종자를 파종한다. 하지만 인도의 환경과 맞지 않아 생겨난 병충해는 전국을 휩쓸게된다.

결국 농민들은 비싼 가격의 종자로 지은 면화를 생산할 수 없게 되었으며 높은 생산비로 인해 빚을 진 농민들은 목을 매거나 농약병을 마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도 농업의 구조적인 문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낮은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에 있다. 최근의 급속한 공업화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명 저곡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농산물 시장 개방은 인도 농산물의 가격하락을 불러왔으며, 가격이 보장되는 몇몇 작물로 집중된 작목 전환은 또다시 농산물 가격의 폭락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제식량가격이 폭등하자 인도정부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국내 농업을 보호, 발전시키기보다는 관세인하정책을 사용한다. 이처럼 인도의 농업과 농민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은 수입의 감소와 부채의 증가로 극심한 빈곤에 노출되어 있으며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도시와의 소득격차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는 어느 나라, 어느 곳의 농민들이건 그 모습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도의 농민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희망을 잃지 않는다.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해 몬산토와 같은 초국적기업에 의해 빼앗긴 토종종자를 되찾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스스로 농민후계자를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종자은행을 통하여 토종종자를 보존하고 보급한다. 석유농법에 의한 녹색혁명을 거부하고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짓기 위하여 스스로가 기술을 개발하고 전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농업 농촌 농민의 삶이 힘겹기만 하지만, 전 세계농민들은 농업의 지속가능과 식량주권실현이라는 희망을 일구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땅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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