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미국쇠고기 판매 재개

“안정성 확인 안돼” 시민-농민단체 강력 비난

  • 입력 2009.04.13 08:2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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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백화점에서 지난 4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함에 따라,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소비자단체와 농민단체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한 지 5년 4개월 만인 지난 4일, 현대백화점 5개 지점(천호, 신촌, 미아, 중동, 부산)과 신세계백화점 2개 지점(죽전, 마산)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또 AK플라자도 10일 구로본점을 시작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프라임급 냉장육으로 100g당 꽃갈비살 5천3백원. 등급과 부위가 같은 1++등급 한우 갈비살(100g당 1만4천6백원, 9일 현재 현대백화점 천호점)과는 9천3백원의 차이가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라는 특성상 소비자의 다양한 상품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키로 결정했다. 하루 판매액이 점당 30만∼70만원 수준으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미미한 데도 들여놓는 이유는 이같은 맥락”이라면서 “미국에서도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프라임급 쇠고기만을 취급한다”고 설명해 광우병에 대한 소비자 걱정을 충분히 감안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또 판매추이를 살펴 확대할 것인지 축소할 것인지 정리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에 대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상품 확보라는 입장은 같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육안으로 쇠고기의 등급이 적정한가를 평가할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미국산 쇠고기가 백화점에서 판매된다고 해서 시장이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3∼4년간은 고전하면서 정착시키는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미국산은 무조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한우는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도 억지가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이에 이정주 iCOOP생협연합회 회장은 “지난 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판매될 때 시장 확대는 이미 우려했던 일이다. 결국 유명 백화점에서도 소비자의 상품선택권을 앞세우지만 돈이 되면 팔겠다는 자본의 논리가 주도하는 형국”이라며 반박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를 전수검사하는 것도 아닌데 수입업체의 말만으로 안정성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광우병 파동 당시 판매를 금지했던 상황과 안전성확보 시스템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라며 “당장이라도 판매금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윤구 대외협력국장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위험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정부의 판촉 전략에 따라 대형마트에 이어 백화점까지 판매에 나서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즉각적인 판매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매장 관계자는 “수입육은 주로 호주산을 찾지만, 같은 부위를 중복진열하지는 않아서 미국산 꽃갈비살이 진열되어 있으면 호주산은 다른 부위를 진열한다”고 말해 백화점에서 말한 소비자 선택권의 폭은 넓지 않음을 내비쳤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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