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물타기’와 소신

  • 입력 2007.09.02 11:44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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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승우 농정팀 기자
‘물타기’는 같은 종목을 일정 기간차로 계속 매수함으로써 최초 매수가보다 낮게 매수하는 투자방법을 말하는 증권용어였지만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이미 형성된 여론을 고의적으로 한 방향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해하고 열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인사청문회에는 내정된 장관의 도덕성과 공직자로서의 자질 및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이다. 임상규 농림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물타기가 여지없이 나타났다.

산자부 장관 출신인 모 의원은 질의라기보다는 내정자를 감싸는 언행으로 일관했다. 단지 유산으로 물려받은 농지가 있고, 조부모가 농사를 지었다는 이유로 농업에 대한 애정이 많을 것이라며 추켜세우기 바빴다.

또 농림부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농림예산을 다룬 것을 농업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 의원의 물타기는 비록 이번만이 아니다. 한미 FTA에 대한 청문회 실시에도 물타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 4월 한미 FTA가 타결되자, 이에 대해 청문회를 실시하자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국회 농해수위에서도 한미 FTA 청문회의 실효성을 거론하면서 청문회 개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고집스러운 의원도 있다. 상임위에서는 물론,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의원이 있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이 고집스런 의원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10분의 질의시간을 모두 미국산 수입쇠고기 수입재개 반대를 주장하면서 임상규 농림부장관 내정자에게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의 미국산 수입 중단 요구를 끝까지 주장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농민을 대표하는 곳이다.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하고, 농림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미 FTA 보은인사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번 장관 임명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에서 모 의원의 질의 수준은 자신의 지역구가 농촌지역이라는 것을 망각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물타기와 소신이 엇갈리는 인사청문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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