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농민투쟁은 늘 즐겁고 신나야 한다”

이재동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의장

  • 입력 2024.03.28 16:33
  • 수정 2024.04.03 08:53
  • 기자명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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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이재동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신임 의장. 그를 둘러싼 수식어는 참 많다. ‘투쟁은 즐겁게’를 늘 외치며 회원들을 즐겁게 하는 활동가. 성주에서 20년 가까이 유기농 참외농사를 지으며 유기농업을 전파한 농민. 사드반대 투쟁의 선봉에 섰던 투쟁가. 그런 그가 전농 경북도연맹을 이끌게 됐다. 지난 26일 성주군 선남면 참외하우스에서 이재동 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재동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이재동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농사는 어떻게 짓게 됐나?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을 좀 했었다. 이때 고민이 졸업 후 ‘사회변혁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이거였다.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농사를 지으며 농민회 활동을 해야겠다 싶더라. 그런데 아버지가 농사는 절대로 안된다고 말리셔서 일단 직장을 다니며 때를 기다렸다. 농민회부터 가입하려 했는데 농민이 아니어서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때 성주군농민회에서 농사에 진심인 마음을  받아줘 1997년에 가입하고 고향 성주군으로 내려와 아버지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농민운동가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관행농법으로 짓다가 유기농 참외농사를 시작한 계기는?

전농 강령에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환경보전형 농업을 전개한다’는 부분이 있어 성주군농민회에서 이를 따르려 한 것이다. 성주군농민회에서 참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유기농으로 참외농사를 시작했다. 참살이공동체는 전국에서 최초로 유기농 참외농사를 시작했고 나는 준비기간을 거쳐 2005년부터 합류했다. 초기 2년간은 농사를 다 망쳤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농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심도 깊었다. 주변에 유기농사 하는 사람도 없으니 내가 뭘 알았겠나. 다행히 3년째부터 유기농 참외농사가 잘 되서 지금까지 하고 있고 농민회에서도 유기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생겼다. 

 

농민회원들 앞에서 늘 ‘투쟁은 즐겁게’, ‘투쟁은 건강하게’를 외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원래 사용하던 구호는 ‘투쟁은 즐겁게, 신나게, 질기게, 건강하게’ 이것인데 가끔 ‘투쟁은 즐겁게, 건강하게’ 이렇게만 외치기도 한다. 예전에 사드배치 반대 활동할 때부터 쓰던 구호다. 농민회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면 일단 건강해야 하고 또 스트레스 안 받으려면 즐겁게 해야 한다. 좀 더 신나게 활동하려고 그런 구호를 외친다. 현장에서 이 구호를 외치면 분위기가 더 달아오르는 느낌이라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농민운동가로서 가장 힘이 나는 때가 언제인가?

대중의 지지를 받을 때 힘이 난다. ‘역시 농민회가 나서니 이런 일을 해낸다’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때가 있다. 성주군의회 의장선거에서 금품이 오간 일이 있었다. 이때 농민회가 문제제기를 하며 나서 금품 수수한 의장을 사퇴하게 했다. 내가 처음 참여했던 투쟁이었다. 이후 사드반대 투쟁에서도 주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고 최근에는 필수농자재 지원조례 서명을 받을 때가 그랬다. 앞으로도 이런 보람을 더 느끼며 활동하고 싶다.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경북 농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필수농자재 지원조례 제정이다. 조례가 통과된 곳 중 광역도는 전북뿐이다. 그 외 다른 지역에서는 진행 중이고, 이러한 필수농자재 지원조례가 경북에서 먼저 제정됐으면 한다. 최근에 경북도의회에 서명지를 제출했고 필수농자재 지원조례가 제정돼 농민들이 꼭 지원받게 만들고 싶다. 비룟값·사룟값 등 농자잿값이 많이 올라 힘든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둘째는 시군 농민회 복원이다. 예전보다 시군 농민회가 많이 약해졌고 조직을 복원하려면 열성적인 농민 활동가가 있어야 한다. 좋은 농민 활동가 몇 명만 있어도 농민회는 활력이 넘친다. 젊은 농민회원들을 대상으로 간부교육을 해서 활동가로 키워내려고 한다.

 

농민으로서의 계획은 따로 없나?

좀 색다른 농사를 지어보려고 한다. 뜻 맞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들어서 약초나 산나물로 치유농업을 고민 중이다. 그걸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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