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본 3주년 행사 개최 … “늘 지는 싸움, 판을 바꿔줬다”

폐기물 매립장 저지 등 주민 위한 활동 앞장서
"읍면 자치 강화, 농촌지역 되살리는 힘" 강조

  • 입력 2024.03.25 17:30
  • 수정 2024.03.26 09:16
  • 기자명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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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창립 3주년을 맞은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가운데 2부에서 패널들이 읍면자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승수 농본 대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주정산 홍동농협 조합장,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
​창립 3주년을 맞은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가운데 2부에서 패널들이 읍면자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승수 농본 대표,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주정산 홍동농협 조합장,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

산업단지로, 폐기물매립지로, 석산개발로 파괴되는 농촌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 편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온 공익법률센터 농본(대표 하승수, 농본)이 창립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열린 농본 창립 3주년 행사에는 고령·고창·괴산·논산·벌교·영주·예산·정읍·평택 등 농본과 함께 지역 난개발 저지를 위해 활동한 주민대책위원회와 후원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난개발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농본의 지난 활동들을 되돌아봤고, 2부에서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바람직한 농촌의 상을 그려봤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 단체가 3주년을 맞았다. 농본이라는 단어가 좀 생소해서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는 천하의 근본)’을 줄여서 농본이라 한 것이다. 농업·농촌·농민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고 이런 이름을 쓰게 됐다”며 “농본이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각 지역 주민대책위들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석산 개발, 산업·의료폐기물 소각장 저지 등 농본과 함께 했던 활동들을 소개했다. 

엄성자 전북 정읍시 옹동면 환경연대 기획실장은 “옹동면은 석산도 있고 폐기물 처리장 등 다 있어서 주민들끼리 ‘옹동에는 쓰레기들이 다 있다’ 이런 얘길 했다. 나중에는 폐기물 처리장에서 나는 악취가 인근 학교에까지 퍼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수업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됐었다. 지난해엔 석산과 폐기물 업체들 상대로 소송만 5개를 했고 앞으로 2개를 더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 농본이 큰 힘이 됐다. 농본은 농촌에 꼭 필요한 조직이며 영원히 함께했으면 좋겠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황선종 경북 영주시 내성천 보존회 사무국장은 “지역을 지키는 활동은 늘 지는 싸움이라 생각을 했다. 우리 지역에 폐배터리에서 납괴를 추출하는 2차 제련공장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열심히 싸웠는데 공장설립 허가를 막지 못했다”라며 “그때 하승수 농본 대표님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공장설립 허가 과정 중 절차를 위반한 부분을 찾아냈다. 또 납 배출량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도 밝혀내, 결국 허가취소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2부는 ‘우리가 꿈꾸는 농촌’을 주제로 패널들 간의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들은 읍면자치 부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은 “돈이 된다는 논리로 농촌을 난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읍면자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은 “지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시·군·구가 기초지방자치단체이고 읍면은 해당사항이 없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면장도 선거로 뽑았는데 지금은 군의원도 여러개의 면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 뽑는다. 오히려 자치권이 축소된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읍면 단체장을 주민들이 뽑을 수 있어야 읍면자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정산 홍동농협 조합장은 “농협이나 의료생협 이런 것도 하나의 자치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런 것이 잘되면 면이 잘 운영되는 것이다. 면 자치의 핵심은 주민들이 얼마나 잘 참여하는지에 달렸다. 면장 직선제를 바로 제도화해 실시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특정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 잘되는 것을 보여주면 이후 제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치라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데 일단 실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마을에 새로 청년농민이 들어왔는데 땅이 없어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못하는 경우 현행법에선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주민자치 하에서는 남는 땅에 해당 청년농민이 농사지을 수 있게 연결해 줄 수도 있다”며 “혹은 독거노인 실태 등도 주민들이 파악해서 알려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쌓여 우리 지역을 더 잘 알게 되고 지역을 이끌어가는 힘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 때 주민들을 대변해 읍면자치에 대한 화두를 던져보려 한다”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창립 3주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원재정 기자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창립 3주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원재정 기자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창립 3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에서 창립 3주년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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