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이대종 기자]
전북 고창군의 수박·복분자·양파 등 겨울 작물의 습해·냉해가 심각하다.
지난겨울(12~2월) 우리나라는 강수량 236.7mm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광역단위 기상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양으로 평년 평균 89mm 대비 2.7배에 달한다. 고창군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246.7mm를 기록했다.
지난겨울은 또한 2019년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다. 다른 한편 북극한파가 두어 차례 한반도를 덮치기도 했다. 일상화된 기후위기, 그 최전선에 농업과 농민이 있다. 습하고 따뜻하면서도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기도 했던, 예사롭지 않은 겨울을 보낸 농업현장엔 작물 피해가 여실하다.
수박
지난 한 달 동안 16일이나 비가 내렸다. 2월까지 겨울로 치니 겨울장마다. 14~25일 내내 비가 내리거나 날이 흐려 작물이 볕을 보지 못했다. 이 시기 모종 정식이 집중된 성내면 스테비아 수박 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습해로 인한 생육부진이 전반적으로 심각하고 모종이 죽어나가 교체하거나 아예 통째로 갈아엎는 농가가 속출했다. 생육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분주히 뛰는 농민들은 배가 되는 생산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무엇보다 생육부진으로 인한 상품성 저하, 출하시기 집중으로 인한 홍수출하와 이로 인한 가격 폭락을 벌써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복분자
복분자는 고창군 대표 특산물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 과거 식재 후 4~5년간 수확했으나 지금은 식재 후 1년 성장, 2년째 수확 후 밭을 바꿔 다시 식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바이러스성 병충해(빗자루병)와 동해에 취약한 탓이다. 재배면적 감소로 복분자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복분자 농가는 오직 높은 가격에 대한 기대 속에 아슬아슬한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겨울 잦은 비와 비 온 후의 강추위로 얻은 습해와 냉해가 겹쳐 올 농사는 파농이다. 내년 농사를 기약해야 하는 농가가 부지기수다. 행정에서는 피해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양파
밭에서 겨울을 나며 생장하는 대표적 겨울작물인 양파 역시 역대급 겨울비에 직격탄을 맞았다. 습해로 인한 생육부진과 노균병·무름병 등의 병충해,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 겉보기엔 멀쩡한 것들도 무탈하게 상품성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이 예상되지만 벌써부터 상인들이 소개비를 배로 올리는 등 농가소득엔 악재가 비친다. 무엇보다 정부가 양파 수입을 확대하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바삐 뛰어다니다 보니 면사무소에 피해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래저래 밭고랑에 한숨만 늘어진다.
취재에 응한 농민들은 모두 30~40년 이상 농사를 지어온 이들이지만 날이 갈수록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두른다. 농민들은 “하늘이 무심하면 정부·행정기관 하다못해 보험회사 직원이라도 농민 편이어야 하겠는데 농민 편은 아무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