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농민은 RPC 통합을 바라지 않는다”

  • 입력 2024.03.17 18:00
  • 수정 2024.03.17 22:5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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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철원군 지역농협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RPC) 통합에 철원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농민들이 가장 문제 삼는 점은 ‘완벽한 농민 배제’다. RPC 통합추진을 위한 논의의 자리에 농민이 초대된 것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다. 2021년 6월 8일 ‘철원군 농협RPC 통합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이후, 농민들은 그 어떤 대화의 자리에 참여하지 못했다. 조합원의 뜻을 묻지도 않고 RPC통합추진단을 출범시킨 것엔 더더욱 분노했다. 뒤늦게야 농협은 총회 안건으로 올린 ‘RPC 통합’을 부결시켰다.

농민들은 통합 RPC 운영을 위한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 자체가 ‘협동조합의 정신’을 말살하고 농협의 존재 의미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4개 농협의 출자로 설립하는 것임에도 운영 구조 전반에 조합원의 소리를 반영할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결정부터 판매까지 법인이 모든 결정을 하니 그동안 농협 경영진이 쌀값을 중심에 두고 조합원과 시늉으로라도 이어 온 소통구조가 사라지게 된다. 농민들은 수익창출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법인이 쌀값을 떨어뜨리는 횡포를 저지르지 않을까,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논을 떠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문제는 정부의 쌀값하락 정책에 있으니 양곡관리법을 개정하고 변동직불금을 부활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2022년 쌀값 대폭락 때 대규모 통합RPC들이 더 큰 적자를 본 사례가 있다. 미질과 효율성 강화로 수익을 높이겠다는 목표와는 전혀 상반되는 결과였다. 철원의 RPC를 통합하면 총 6만여톤이라는 거대물량이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 농민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RPC 통합에 맞선 대안을 궁리하고 있다. △쌀값 안정화를 위한 자조금 형성 △4개 농협의 유기적 운영 △농가 직거래 활성화 지원 △현행 RPC 시설개선을 위한 농협과의 협력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철원군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김익섭)는 단체별 의견을 모아 조율한 뒤 성명서를 만들어 선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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