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농민권리선언’ 이행 위해 … 올해도 열띤 토론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2024년도 상반기 워크숍 개최

농민권리선언 관련 국제 담론 및 국내 이행 상황 점검

농업과 생태의 적 ‘골프장’ … 전환적 대응 필요 공감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4 09:5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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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이 지난달 28일 2024년 상반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이 지난달 28일 2024년 상반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의미를 전파하고 국내 이행을 도모하는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대표 김정열, 포럼)이 지난달 28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에서 2024년 상반기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은 김정열 포럼 대표, 박웅두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공동대표, 정은정 한국농촌사회학자가 각각 발제를 맡고 참가자들이 주제별 자율토론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했다. 평소보다 단출한 인원이었지만 농생태학·식량주권의 가치에 기반한 밀도 있는 토론이 전개됐다.

첫 발제자인 김정열 대표는 지난해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비아캄페시나(국제농민연대체) 8차 총회의 내용을 공유했다. 세계 농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농업의 위기를 짚어 보고 비아캄페시나의 대응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세계 범진보단체들과 함께 기후·식량위기의 농업적 대안을 제시할 ‘닐레니 2025 글로벌 포럼’ △기성 국제 무역질서를 협력과 연대의 관점에서 재편할 ‘대안무역 프레임워크 구축’ △농민권리선언 이행을 위한 실무그룹 신설 등 비아캄페시나의 굵직한 계획들이 열거됐다.

팔레스타인 기아 사태, 유럽·인도의 농민 봉기, 아프리카의 신식민지화, 남미 일각의 농정개혁 바람 등 세계 농업 정세를 살펴보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룰라 대통령 복귀와 함께 바람을 타고 있는 브라질의 ‘대규모 농생태학(국가 차원의 생태농업 정책)’이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만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대규모’라는 용어가 농생태학의 소농적 관점을 왜곡시킬 소지가 있다며 ‘농생태학의 전면화’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재생유기농’·‘재생농업’ 등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악용되고 있는 용어들을 곱씹으며 제안에 공감했다.

이번 워크숍엔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 참여했지만 충실하고 의미 있는 토론이 전개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용생 가톨릭농민회 부회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 박웅두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공동대표, 홍명희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김정열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대표,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장.
이번 워크숍엔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 참여했지만 충실하고 의미 있는 토론이 전개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용생 가톨릭농민회 부회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 박웅두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공동대표, 홍명희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김정열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대표,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장.

두 번째 발제자인 박웅두 대표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이 지자체 단위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제주도의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박 대표는 농민권리선언의 취지가 제주 농업 조례에 상당수 연결돼 있긴 하지만 누락된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조례를 실질화하기 위한 거버넌스(정책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성별영향평가제(지자체 모든 정책의 성평등 기여도를 평가하는 제도)’에서 착안한 ‘농민권리영향평가제’ 도입을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제주도의 독립적인 농업·정치 여건과 특별자치도로서의 자율성을 활용하면 선진적인 정책모델이 나올 수 있다며 제도 실현에 기대를 모았다.

마지막 발제자인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는 농업·생태적 관점에서 ‘골프장 건설’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농촌과 산림에 들어서는 골프장은 농약 출수와 비산, 농업용수 침탈, 생태환경 파괴, 탄소중립 역행 등 종합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건설 과정에 있어서도 지역민 분열 조장과 편법적 개발행위 문제를 빈번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원전·폐기물처리장 등과 달리 전국적으로 연대하지 못하고 각각 고립돼 있는 골프장 피해 지역 주민들의 실태를 안타까워하며 농민·환경단체와 종교계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종교와 농업의 접점인 가톨릭농민회 소속 참가자들(신용생 부회장, 홍명희 사무총장)은 특히 깊은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정은정 학자는 “골프장은 하루 평균 70만톤의 농약을 쓴다. 국내 유일의 의령 친환경골프장에서도 제초제만 안 쓸 뿐 농약은 쓰며, 수목방제에 있어선 친환경 개념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가 잔디 GMO 특허권을 많이 갖고 있다. 언론·기업들이 GMO잔디 상용화 논리를 슬슬 만들어 가고 있는데, 잔디는 벼과 식물이라 교잡 문제도 우려할 수 있다”며 “농촌사회학적 관점에서도, 생명의 관점에서도 (농민·환경단체와 종교계가)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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