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재미있는 환경실천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7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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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먹을 것 다 먹고 잘 것 다 자면서도 늘 바쁘다 바쁘다 쫓기며 사는 것 같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도 무슨 일을 하자고 약속을 잡을 때면 더 바쁘게 해서 어찌하냐는 말로 맺음을 하십니다. 단체의 행사에 참석하면 바쁜데 와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습니다. 마음속으로만 바쁘고 쫓기는 게 아니라 겉으로도 허겁지겁 하는 모습이 보이나 봅니다.

이 바쁜 사람이 어제는 여주여성농업인센터 1층에 쌓여있는 각종 고지서와 신문들, 공공기관의 발행물들을 정리했습니다. 일단 겉의 비닐표지들을 벗기고 내용물을 쌓아놓고 벗겨진 비닐표지들의 주소라벨을 떼어냈습니다. 쌓인 게 많아서인지, 주소라벨이 잘 안 뜯겨서인지 라벨을 뜯으며 이 바쁜 내가 이러고 앉아있는 게 말이나 돼? 하는 생각이 스치며 한숨이 나기도 했지만 묵묵하게 주소라벨을 떼고 고지서 봉투의 비닐들을 뜯어 모았습니다. 뜯어낸 주소라벨들은 너무 작아 폐기물 봉투에 넣고 비닐들은 모아보니 2L주전자보다 부피가 큽니다. 우편물만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국과 반찬 만들기를 위해 장 보아 오는 모든 포장지들을 헹구고 말려서 모아 놓았는데 세숫대야만큼 모았습니다. 모아보니 알겠습니다. 주전자만큼의 우편물 비닐봉투가, 세숫대야만큼의 식품 포장지들이 다시 쓰일 기회 없이 버려지고 있었다는 것을요. 버려지는 비닐들은 태워지면서 대기를 오염시키고 사람들을 병들게 했음을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가 목까지 차올랐다고 합니다. 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지구 평균 기온이 16.38℃로 관측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산업화 전보다 1.75℃나 높은 기온이라고 합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 이하로 억제하자는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를 넘어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41년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2℃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고 합니다. 지난해 7월 제78차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지구열대화가 도래했다”라고 했는데 지구가열화 수준을 지나 이제는 ‘끓어오른다’고 표현할 정도로 급격한 기온 상승을 경고한 것이라고 합니다.

끓어오르는 지구에서 바다의 온도가 올라 해수면이 높아졌고 바다의 습기가 폭우와 폭설로 이어집니다.  지난 여름엔 하우스가 잠기고 축사가 산사태에 파 묻혔으며, 따뜻한 겨울엔 얼지 않는 강 탓에 얼음축제가 취소됐습니다. 폭염으로 들에서 일하던 고령 여성농민들이 돌아가시고, 봄에는 꽃축제들이 취소되는 일들이 끓어오르는 지구의 단면들입니다.  얼마전만 해도 여름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빗줄기가 며칠 내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에게 닥친 기후위기는 우리 인류의 안전한 존속을 뿌리 채 흔들고 있습니다. 온 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실천해야하는데 우리 눈으로 보이는 노력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과 함께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국가적인 노력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식품관리원의 대표라는 사람은 광고방송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기업들은 갖은 방법으로 더 많은 에너지와 공해물질들을 생산하면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를 하라고 부추기며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날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기후위기의 현실 속에서 인류가 대량 생산해서 대량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현대 문명이 지속되기가 어렵겠다는 인식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환경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노력도 하고 기업의 대량생산이 불러오는 기후위기의 문제도 감시하며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생활 속에서 우리들도 실천을 해서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자는 취지입니다. 달마다 바뀌는 신선한 주제로 환경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1월에는 새는 에너지를 아껴보기로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찾아보고 에너지를 아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부엌 귀퉁이에서 시간을 알리는 숫자만 늘어가는 전기밥솥의 코드를 뺏습니다.  밥 먹기 1시간 전에 다시 보온을 설정해 놓으면 되었습니다. 로봇청소기의 충전상태를 보고 충전이 다 된 후에는 코드를 뺐습니다. 집이 빌 때는 와이파이  모뎀이 꽂혀있는 멀티탭의 코드를 뽑고 집을 나섰습니다. 휴대폰의 배터리도 30% 이하일 때만 충전을 하고 충전 후에는 코드를 뺐습니다.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코드는 사용하지 않으면 다 빼버렸습니다. 환경실천을 위해 코드를 뺐더니 36,180원이었던 전기요금이 25,100원이 되었습니다. 코드를 빼니 11,080원이 내려갔습니다.  이게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일이구나 싶어 요즘도 신나게 코드를 뺍니다.

작년 12월에는 음식쓰레기에 관한 주제로 삼시세끼 늘 실천하는 빈그릇을 자랑했고 음식쓰레기 퇴비로 만들기를 잘 실천했습니다.  어느 달에는 소비하지 않고 살아보기가 주제여서 3주동안 냉동실에 얼려져 있던 음식들을 꺼내 '냉장고 파먹기'를 했더니 자동차 휘발유값이외의 카드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에는 ‘국가가 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고 기업에서는 온갖 공해물질을 배출하고 남들도 안 지키는데 나 혼자 한다고 해결이 될까? 에이, 나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나 혼자라도 한다'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환경실천을 하고, 나가는 돈이 줄어드는 것도 확인하며 힘도 나고 신도 납니다. 재미있게 환경실천 계속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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