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농협, 주대마늘 ‘경매’ 않고 ‘매취’로만 거래

거래방식뿐 아니라 물량도 관내 것만 취급하기로
수취가격 제고 위해서라지만 출하권 축소 우려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3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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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6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서 농민 박형구씨가 포전에 식재된 마늘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서 농민 박형구씨가 포전에 식재된 마늘을 둘러보고 있다.

 

전국서 유일하게 주대마늘을 경매하던 전남 고흥군 녹동농협이 올해부터 공판장 거래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녹동농협은 경매제가 가진 가격 불안전성(폭등락)을 완화하고, 농가 수취가격을 제고하기 위해 올해부터 경매가 아닌 ‘매취’ 방식으로 거래할 예정이다. 매취거래는 농협이 농민으로부터 농산물을 직접 구입·판매하는 방식으로, 계약·인수 시점에서 농협이 농민에게 선급금을 지급하고 판매 후에 잔금을 정산하는 구조다.

아울러 녹동농협 공판장은 올해부터 도양읍과 도덕면 물량만 취급할 계획이다. 다만 물량이 부족할 경우에 한해 인근 읍·면 물량도 추가적으로 거래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대마늘은 줄기가 달린 마늘을 의미한다. 주대는 한때 중국산과 국산을 구분 짓는 잣대로도 활용됐지만, 정부는 지난 2005년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물류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명분으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한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주대마늘 반입·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이에 주대마늘 경매가 이뤄지는 건 전국서 녹동농협 공판장이 유일했다.

선용삼 녹동농협 상무는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주대마늘 거래를 선호하는 농가가 많다. 이에 주대마늘 거래는 지속하되 거래방식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미 유자 거래방식을 개선해 농가 수취가격을 높인 사례가 있고 농민들 반응도 아주 좋았다. 마늘도 거래방식을 개선하면 경매제 단점을 보완하고 농가 수취가격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녹동농협에 따르면 거래방식 변경의 이유는 △공판장 경매 거래가 일부 중매인 위주로 진행되는 점 △특정 중매인의 의지로 농가 수취가격이 결정되고 그 폭이 크다는 점 △경매물량이 지속 감소한다는 점 △주대마늘 취급에 대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 등이 주요하다.

녹동농협 관계자는 “조합원이 주대마늘로 출하하면 망마늘로 작업·유통할 예정이다. 농가에선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주대마늘을 출하할 수 있고 수취가격 등락에 대한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라며 “뿐만 아니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공판장 출하가 가능해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거래방식 개선 취지에 공감하는 농민도 있지만, 출하권 축소에 따른 피해를 우려 중인 농민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녹동농협이 거래방식 개선과 더불어 취급 대상 지역을 한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녹양읍과 도덕면 이외 지역 물량도 거래하겠다고 했지만, 녹동농협 공판장에서 그간 근처 금산면을 비롯해 인근 시군과 제주도 등의 물량까지 취급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농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흥군 금산면에서 마늘을 재배 중인 농민 박형구씨는 “중매인들의 행태를 알기에 농민들을 위해 거래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농협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인근 지역 농민으로선 출하 선택권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걱정이 앞선다. 양파와 달리 마늘은 포전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 그간 포전거래 시세가 좋지 않을 경우 주로 공판장에 출하를 했는데, 이제 선택지가 포전거래 밖에 없게 된 것이다”라며 “상인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기에 포전거래 시세를 더욱 낮출 가능성이 크다. 녹동농협이 필요에 따라 인근 지역 물량도 받겠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또 다른 농민 A씨는 “농가 수취가격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정작 가격 결정권을 농협이 독점하는 것 아닌가 싶다. 물량이 몰리면 가격이 낮아지는 게 시장의 이치인 만큼 중매인들의 횡포가 있었다면 그걸 개선해야지 경매를 바로 중단해 버려선 안 된다”며 “농민더러 지금 밭에서 자라고 있는 올해산 마늘 판로를 어떻게 구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해당 농민은 덧붙여 “알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금산면 마늘은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이에 공판장에서 항상 높은 가격을 받아 왔다. 그런데 농협서 매취거래만 한다고 하니 이전대비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녹동농협에서 다른 지역 물량을 받아 준다고 하니 공판장에 물량을 내는 농민이 꽤 있을 것이다. 품질에 걸맞는, 적절한 가격이 책정되도록 생산자인 농민들과 매취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녹동농협은 “매취거래 시 가격은 제주도를 비롯해 남도마늘 수급 및 가격 동향을 충분히 살피고, 농가 의견도 반영해 책정할 예정이다. 규격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둘 계획이며, 농가가 원하는 경우 매취뿐만 아니라 수탁으로도 거래할 생각이다”라며 “뿐만 아니라 출하한 물량에 대한 조합원 장려금 지급 및 환원사업 이용고배당 실시 등도 고려 중인 만큼 최대한 농가 수취가격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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