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 ‘성인지적 정책 및 농업예산’ 열공

‘2024 전여농 정책전문가 학교’에 전국 여성농민들 참여

역대 ‘최초·최대’ 농업예산의 허상, ‘순세계잉여금’ 문제 다뤄

  • 입력 2024.02.29 19:51
  • 수정 2024.02.29 20:3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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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여성농민들이 자기 삶에 필요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정책의 충실한 시행 여부를 감시·비판하기 위해 공부에 나섰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이 지난 28~29일 서울 용산구 클래스퀘어에서 ‘2024 전여농 정책전문가 학교(정책학교)’를 진행했다. 정책일꾼 양성, 정책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엔 강원, 제주 등 전국에서 온 여성농민 2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여성농민 정책 분석(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농업예산 분석 및 성별 영향평가(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법·조례 제정에 대한 이해(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첫 강의에선 오미란 대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농촌 성별 격차 문제와 농촌 공동화 및 기후위기까지 겹친 상황을 전하며, “우리 과제는 농업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살피고(한 정책이 성별에 끼치는 영향) 이를 어떻게 성평등한 정책으로 변화시킬까다. 매우 민감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라며 “우린 성평등을 아직도 여성만의 의제로 다루는데, 이는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지 감수성 사례로 이세키(ISEKI, 일본 농기계 제조사)의 트랙터를 들었다. 해당 트랙터 의자는 여성의 키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또 보통 20kg 기준인 포대 단위도 65세 이상, 여성농민이 많은 만큼 10kg(상자는 5kg)으로 바꾸면 “농민들 등골이 안 빠진다”. 오 대표는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위를 바꾸자는 운동도 중요하다”라며 “우리 몸과 삶의 조건에 맞는 정책이 최고다. 이것이 성인지적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5년 단위 법정계획인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꼭 살펴, 정책 집행 여부를 감시하라고 제언했다. 또 각 지역 정책을 교차 분석해 우수 사례는 전국 의제로 설정하고, 지자체를 압박하는 근거로 활용하며, 실행되지 않는 ‘장롱 조례·법령’ 문제도 계속 의제화해야 한다.

더 집중해 다룰 정책 의제로는 △농촌마을 공동화에 따른 정주 환경 △성평등교육 확대 체계 △농업정책과 인구소멸 문제 연계 △농어촌 주민·농민의 정신건강 지원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먹거리 체계 등을 제시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지난달 28일 진행한 ‘2024 전여농 정책전문가 학교’ 참가자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지난 28일 진행한 ‘2024 전여농 정책전문가 학교’ 참가자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정부가 ‘역대 최초·최대’라고 자랑했던 중앙정부 농업예산의 허점을 짚었다. 올해 농식품부 예산은 전년보다 약 9,700억원 늘었는데, 그중 약 71%를 차지하는 양곡매입비(약 3,000억)와 맞춤형농지지원(약 3,800억)은 실상 예산 증액인 것처럼 보이나 아니란 거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양곡은 매입 뒤 다시 팔게 되므로 1조원 이상 수입이 예상되니 사실 없어지는 돈이 아니다. 이를 지원이라 볼 순 없다. 통계적으로 증액된 걸로 보일 뿐”이라며 “맞춤형농지지원도 융자사업으로, 빌려줬다 다시 이자까지 쳐서 받는 거다. 정부 융자사업을 예산안에 넣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방정부가 균형재정(세입세출을 같게) 원칙을 깨고 대규모 순세계잉여금(남은예산)을 쌓아놓고선 정작 농민들이 사업을 요구하면 예산이 없다고 주장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많은 지자체의 세입·세출 오차율이 20~100%를 훌쩍 넘는데 이는 오차율만큼 예산이 남았다는 뜻이다. 지자체는 이 돈으로 주민을 위한 정책사업은 하지 않고,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따로 만들어 관리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순세계잉여금·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어디든 쓸 수 있다. 더욱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세입이 많을 때 저축했다 세입이 줄었을 때 쓰려고 만든 것이니 지자체가 올해 교부금이 줄어 사업 할 예산이 없다고 나온다면 결산서를 확인한 뒤 두 항목에서 돈을 꺼내쓰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자기 지역에 맞는 정책을 제안하고, 기존 정책을 감시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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