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 30두, 매일의 기록과 실천으로 만들어 봐요”

한국양돈연구회, 23회 양돈기술세미나 개최
정확한 기록·탐구·실천 등 기본기 강조돼

  • 입력 2024.02.22 20:21
  • 수정 2024.02.23 16:3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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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김태현 세원농장 대표가 자신의 농장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현 세원농장 대표가 자신의 농장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양돈연구회는 지난 21일 대전 충남대학교 농생명과학대 대강당에서 ‘PSY 30두, 현실이 되다!’라는 주제로 제23회 양돈기술세미나를 열었다. 생산비 증가와 돈가하락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효율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재, 세미나 연사들은 체계적·효율적 농장관리와 그 실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농장주의 마음가짐 등 공통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있어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발표내용들 가운데서도 특히 현장과 가깝게 느껴졌던 일부 내용을 추려 소개한다.

 

“매일의 실천, 쉽고 재밌게 만들어야”

이날 세미나 강연자 중 유일한 현장 농장주로서 연단에 선 김태현 세원농장·우진축산 대표는 자신의 경험과 농장의 시설을 바탕으로 직접 실증을 거친 노하우 몇 가지를 소개했다. 모돈 220두 규모의 세원농장은 최근 5년간 26두 안팎의 PSY(연간모돈두당생산두수)를 기록해 오다 2023년 들어서는 28두 수준으로 성적을 갱신했으며, 심지어 지난해 10월부터는 월 환산 30두가 넘는 PSY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세원농장은 올해 30두 이상의 연평균 PSY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모돈의 입식에서부터 도태에 이르는 생산과정 일체를 하나하나 다루며 조언을 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다름 아닌 충분한 조도의 확보로, 세원농장에서는 후보돈과 교배대기돈 모두에게 충분한 빛을 공급해왔다. 특히 교배대기돈사의 조도는 볕을 받는 한낮 기준 최대 7,000룩스 이상에 달하고 가장 어두운 곳도 일반 가정집 실내 수준인 200룩스를 기록했는데, 조명을 통해 암부를 최대한 없애는 데 신경을 썼다. 김 대표는 “조명을 달았을 때와 달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총산에서 1두 이상 차이가 나고, 발정의 강도가 굉장히 세져서 교배하기가 정말 편해진다”라며 스스로 겪었던 변화를 전했다.

 

 

제주 한림읍 소재 세원농장의 교배대기돈사 모습. 김태현 대표는 창과 조명을 활용해 많은 조도를 확보했으며 그 결과 교배용이성이 높아지고 실제 총산수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제주 한림읍 소재 세원농장의 교배대기돈사 모습. 김태현 대표는 창과 조명을 활용해 많은 조도를 확보했으며 그 결과 교배용이성이 높아지고 실제 총산수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생산성의 유지·발전에 있어 중요성이 높은 발정·임신·분만 관련 관찰요소들을 쉽고 명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을 공유했다. 예컨대 그와 직원들은 웅돈을 활용해 발정을 확인할 때 특이사항이 관찰되면 바로 꼬리 위쪽 등에 매직펜으로 적어둬 혼선을 방지하고 언제든 확인을 용이케 하고 있다. 재발·임신·분만 진단은 각기 집중할 일정을 정해 규칙성·효율성을 추구했다. 임신 진단의 경우 직원의 실수로 인한 부담감 감소 차원에서 2번을 실시해 역시 돼지의 몸에 간단히 표시하게 하고, 분만 이후의 상황 역시 각종 기록과 특이사항을 알아보기 쉽도록 나름의 방법을 찾아 현황판 작성요령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매일매일의 실천을 위해 ‘습관’에 재미를 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그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매일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이기에 실천이 정말 중요한데,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실행하기 어렵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가 하기 싫으면 직원들도 하기가 싫은 것”이라며 “우리는 전산이라는 무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일을) 매일매일 실천하기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게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정확히 기록하고, 끝없이 질문해라”

신현덕 신베트동물병원 원장은 그간 방문했던 농장들 가운데 모범사례를 추려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농장주들이 본받을만한 그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요령을 전파했다.

신 원장은 “돼지를 잘 키우려면 농장 주인부터 현장에 있는 사람까지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을 발견하는 역량(팩트 파인딩)’인데, 기록이 없으면 사실을 발견할 수 없다”라며 “기록 없이 양돈을 하면 PSY 20두, 22두 수준에서 그저 흘러가는 대로, 돈가에 의존해 양돈을 하게 된다. 사실확인과 문제해결을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궁금해 해야 하며 더 중요한 건 ‘최소 PSY 30두를 하겠다’는 열린 마음이다. 하지만 농장 열 중에 여덟은 그런 목표가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신 원장은 기록의 중요성을 비추는 한 가지 주제로 모돈의 도태원인을 들었다. 신 원장은 “보통 1년에 40~50%씩 모돈을 갱신하는데, 갱신할 때마다 그 모돈들이 왜 중간에 도태됐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거기에 생산성의 핵심이 전부 숨어 있다”라며 “5가지 분류에 의한 정확한 기록이 있으면 순치·시설·백신 프로그램 중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니면 관리자·영양·환경 가운데 무엇이 문제인지 잡아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가령 수태 불량을 이유로 모돈 퇴출이 많은 농장의 경우엔 1년에 몇 차례 도태 모돈을 도축한 뒤 자궁과 난소를 얻어와 해부학적 분석을 의뢰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척도 삼아 모돈의 전염병 감염여부나 스트레스의 강도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예시로 든 농장 중 한 곳은 아주 구식의 축사에서 모돈 1,500두를 키우며 전염병까지 상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농장주와 농장장의 의식 수준이 아주 높은 덕에 성장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28.3두의 PSY를 기록한 이 농장의 정상교배비율은 95.6%에 이르고, 평균비생산일수는 28.9일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이런 농장들은 모두 ‘생산성 향상 회의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며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며, 계속적으로 목표를 향해 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신현덕 신베트동물병원장이 우수농장들의 성공 요인 분석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덕 신베트동물병원장이 우수농장들의 성공 요인 분석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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