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올겨울 심해진 감기와 독감, 왜 잘 낫지 않을까?

  • 입력 2024.02.11 18:00
  • 수정 2024.02.11 18:46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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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이번 겨울, 감기의 유행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할 텐데 올겨울 유행하는 감기, 독감 등은 잘 낫지도 않고 오래갑니다. 나았나 하면 또 걸리고, 나았나 하면 또 걸리고를 반복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이번 겨울에는 유독 감기, 독감 등 감염성 질환들이 크게 유행하는 걸까요? 그리고 잘 낫지도 않고 오랜 시일동안 고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이번 겨울의 감염병 유행을 살펴보겠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 독감 등을 바라볼 때 기후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거 2,000년, 1,000년 전에는 최근 100년 사이의 양방의학이 하는 것처럼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자체를 관찰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기후를 알아야만 제대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왜 질병을 일으키는 기후를 알아야만 제대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걸까요? 예를 들어 음식을 생각해봅시다.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덥거나 습하면 음식이 상하기 쉽습니다. 대개는 냉장고에만 잘 보관하더라도 잘 상하지 않지요. 이미 상한 후에 음식에 어떤 균들이 들어와서 음식이 상했는가를 살피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상하기 전에 미리미리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학은 질병도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봄은 봄답고, 여름은 여름답고, 가을은 가을답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합니다. 그런데 추워야 하는데 덥거나, 더워야 하는데 춥거나, 건조해야 하는데 습하거나, 습해야 하는데 건조하면 문제가 됩니다. 즉, 각 계절에 맞는 적당한 기후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 그 기후에 따라 질병이 생기기가 쉽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겨울 기후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번 겨울은 유난히 습합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겨울은 춥고 건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30년간의 11~1월 서울지역의 평균습도를 살펴보았더니 대개 평균습도가 55~60 사이인 경우가 많고, 낮은 해는 50 정도까지도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2023년 11월 65, 12월 69, 2024년 1월 67로 예년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최저습도 또한 예년에 비해 높습니다. 최근 30년간 겨울철 최저습도가 대부분 10~20 사이인데, 이번 겨울은 2023년 11월 22, 12월 30, 2024년 1월 23으로 꽤 높은 편입니다.

건조해야 하는데 습해지면 비위(脾胃) 즉, 위와 장 기능, 소화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감기,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호흡기에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소화에도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구역질이 나거나 울렁거려 토하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만 한 게 아니라 안개가 낀 듯 멍하고 띵합니다.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가스가 차며 배가 아프고 더부룩합니다. 설사를 하거나 대변, 소변이 시원하지 않습니다. 소화 기능은 우리 몸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므로, 소화 기능이 떨어지면 병을 앓는 기간도 길어집니다.

그러므로 감기, 독감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소화 기능을 고려하면서 치료해야 합니다. 함부로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소화 기능이 약해지면서 병이 더 오래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식품첨가물이나 액상과당이 함유된 음식, 튀긴 음식 등도 주의해야 합니다.

소화 기능을 돕는 데는 엄지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주는 것, 즉 소상혈 자락이나 침 치료가 좋습니다. 또한, 습이 문제가 되는 환자들은 평소 음허(陰虛), 즉 진액(津液)과 혈(血)이 잘 부족해지는 체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겨울이 힘들었다면 진액과 혈을 보충하고, 습을 제거하는 한약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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