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해충과 잡초에 맞서 분투한 제주 친환경농민의 2023년

  • 입력 2024.02.11 18:00
  • 수정 2024.02.11 18:4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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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0일 제주도 제주시 한살림 담을매장 텃밭마당에서 열린 `자연그대로 농민장터'. 비바람을 무릅쓰고 제주 농민들이 각자 생산한 친환경먹거리 및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제주도 제주시 한살림 담을매장 텃밭마당에서 열린 `자연그대로 농민장터'. 비바람을 무릅쓰고 제주 농민들이 각자 생산한 친환경먹거리 및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기후위기 속에서 농사짓는 제주도 친환경농민들. 그들의 지난 한 해 농사는 어떠했을까?

지난해 4~10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문순덕, 제주여가원)은 제주지역 친환경농민 실태 파악과 함께, 친환경농업 확산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연구책임자인 고지영 제주여가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2~28일 505명의 제주도 친환경농민을 대상으로 생산자 실태 및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제주도 친환경농민들은 어떻게 농사짓고 살까? 실태조사 내용 중 인건비·농자재 등 농업경영비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60.7%가 매년 1,000만원 미만의 농업경영비를 지출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농민의 70%는 농업경영비가 1,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해, 남성농민(56%) 대비 저비용 농사 추진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농산물 경작을 통해 얻는 소득은 응답자의 68.9%가 3,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종류별로 보면 무농약 인증 농가의 68.8%, 유기농 인증 농가의 78.2%, 무농약·유기농 병행 농가의 48.9%가 친환경농업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었다. 한 단계 높은 인증인 유기농 인증 농가들의 소득이 오히려 더 낮은 상황으로, 유기농민들의 농사가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된 판로로는 응답자의 29.1%가 ‘직거래’를 언급했다. 다음으로 ‘생협(18.8%)’, ‘학교급식(17.7%)’, ‘가족 및 지인(14%)’, ‘농협(8.5%)’ 등의 순이었다.

친환경농사 과정의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복수응답을 받아 응답별 점수를 매긴 결과, ‘잡초·병해충 관리(5점 만점 대비 4.31점)’와 ‘기후변화 등 생산 여건 악화(4.19점)’, ‘높은 생산비용(4.06점)’ 등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고지영 선임연구위원은 위와 같은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7월 17일~8월 23일엔 10명의 제주도 친환경농민(여성 6명, 남성 4명)을 만나 생산자 심층 면접조사를 병행했다. 해당 농민들도 친환경농업 실천 과정의 어려움으로서 잡초·병해충 관리 문제를 많이 언급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심층 면접에서 ‘잡초와의 전쟁’, ‘골병 들게 하는 잡초’, ‘장마 후 엄습해 오는 잡초 정글’ 등 잡초와의 싸움은 친환경농사 과정의 최대 어려움으로 개인 경험담이 끝도 없을 정도였다”고 한 뒤, 병해충과 관련해 한 감귤 재배농민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궤양병, 창가병 등 모든 종합 병균 세트로 다 걸렸더라고요. 친환경제제로 병균을 잡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석회보르도액이나 석회 유황합제, 기본적으로 그거밖에 없으니까…. 유기농 공시자재, 그거 갖고 안 되죠. 고사되고, 감염됐는데 치료가 안 되는 거죠. 친환경(농사방식)으로는 살릴 수는 없고, 기본적으로 나무한테도 미안했고… 일단 관행으로 갈 수밖에.”

판매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심층 면접에 참여한 농민들은 △소농을 위한 로컬(지역)매장 체계 구축 △친환경 장터 등의 체계화 등을 촉구했다. 한 농민은 “소농들은 지역 로컬푸드 체계를 절실히 원한다. 농민장터가 상설 매장이면 정말 좋고, 그걸 지원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며 “시내 한가운데 매장을 마련하고, 이곳에 물건을 납품하는 등의 체계를 제주도 차원에서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농민들은 촉구하는 걸 넘어 스스로 판로를 만들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제주시 노형동 한살림 담을매장 텃밭마당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 제주지역 무제초·무농약·무화학비료 사용 농민들이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를 열어 각자 키운 농산물과 수공예품, 쓰레기 무배출 제품 등을 판매한다.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는 지난달 20일 비바람이 몰아치던 중에도 제242차 장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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