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소고기, 올해도 세계 시장 휩쓸텐데...

지난해 수입 19만톤 육박 … 2024년도 현지 도축량 소폭 상승할 듯
"한우 암소 경쟁력 떨어뜨려"·"한우산업 위기에도 수입산 대책 없어"

  • 입력 2024.02.09 16:1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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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한 목장에서 목초 사육 중인 소들의 모습. 사진 Doug Beckers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한 목장에서 목초 사육 중인 소들의 모습. 사진 Doug Beckers

 

‘역대급 도축물량’을 등에 업고 호주산 소고기가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수입량이 갱신된 가운데, 올해에도 현지 도축물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 한우산업에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호주산 소고기는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발동시킬 정도로 많은 양이 쏟아져 들어왔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들여온 호주산 소고기는 냉장·냉동 도합 총 18만9,653여톤으로 2022년 총 수입량 16만7,186톤 대비 2만톤이 넘게 증가했다. 한-호주 FTA 협정에 따라 정해져 있는 지난해 ASG 발동 기준(관세 30% 적용)은 18만4,742톤이었다.

지난 2023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극심한 가뭄을 겪은 호주에서는 지상의 목초가 대거 사라졌다. 이에 생산비 급증을 버티지 못한 비육우 농가들이 너도나도 도축에 나선 탓에 소값이 그야말로 ‘폭락’했다. 호주 소값의 지표인 동부어린소가격(EYCI)은 지난해 9월 한때 kg당 우리 돈 약 3,000원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현 시점에서도 kg당 약 5,800원 선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산 지육가격은 현재 kg당 8,800원 수준으로 여전히 전년 대비 10% 이상 높다. 미국·일본·중국 등 국제 주요 소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이 상당한 강세를 보인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따른 여파로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의 시장점유율이 2%p 이상 감소했는데 ASG가 아니었다면 그 이상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농무부(USDA)의 해외농업서비스(FAS)는 지난해 9월의 연례보고서에서 호주의 2024년 도축량이 당초 추정보다 38만두가 더 많은 750만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호주 비육우산업이 근래 송아지 생산을 늘려온 데다 평균 이하의 강수량이 계속된 만큼 도축행렬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FAS는 이를 근거로 호주의 올해 소고기 수출량도 2023년의 153만톤에서 5%가 더 늘어난 160만톤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산 소고기 수출량의 예상 감소치와 거의 비슷하다. 호주의 농업시장 분석 서비스 '메카르도(Mecardo)'는 이를 '미국과 호주 간 행운의 시소'라 표현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에 수급을 의존해 왔던 나라들로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도축두수 급증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우산업은 미국산 소고기 가격의 강세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이 그다지 줄지 않는 불운을 맞게 된 셈이다. 현재의 미국산 소고기의 높은 가격 역시 이상기후에 따른 대량도축의 여파인 만큼 호주도 조만간 미국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당장 올해가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2024 농업전망’을 통해 올해 예상 수입량이 지난해(45만4,000톤) 대비 소폭 감소한 44만8,000톤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생산량은 2만5,000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도 목초 사육 위주의 호주산 소고기가 현재 도축이 장려되고 있는 한우 암소와 경쟁관계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소규모 한우농가의 생존성 하락폭이 커질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병규 농협축산경제 한우국 연구위원은 “호주산 소고기의 경우 한우 고급육보다는 저등급의 한우 고기와 대체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도축물량이 많아지는데 호주산 수입도 늘어나다보니 가격 경쟁력이 좀 더 떨어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내산 부속부위·내장류의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그 수입에 대해선 어떠한 대책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호주산의 경우 이 부위들은 ASG 대상 품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호주산 우설·간·우족·소머리 등의 부위는 매년 냉장·냉동 도합 1만5,000~2만톤, 내장류는 연간 편차가 크지만 평균적으로 지난 5년간 매년 5,000여톤 이상이 국내로 들어왔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수출로 1년에 100톤을 내보기도 힘든 것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또 예전엔 농가들이 부산물을 팔아 도축·상장 수수료를 내고서도 돈 10만원이라도 가져갈 수가 있었다면 수입산이 시장을 잠식한 지금은 오히려 토해내야 하는 실정인데, 한우 암소 도축 유도를 위한 금액으로 20만원을 책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농가들 입장에서 소 한 마리를 팔았을 때 줄어드는 이 수입들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협정 당시 ASG가 함께 적용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챙기지 못한 문제가 있었고, 그렇다면 한우산업이 어려운 지금이라도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한우업계 전문가는 “한우산업 위기의 원인은 단순 도축두수 증가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수입 쇠고기 물량으로 인한 여파가 분명히 있고 이건 시장개방을 결정한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임에도 수입에 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문제제기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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