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조합원 의견 수렴, 진정한 농협개혁” 한목소리

농협개혁 전국농민대회

  • 입력 2009.03.01 22:43
  • 기자명 연승우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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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농민 1천여명은 지난달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한 목소리로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농협개혁, 농협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농협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지만 농협중앙회가 정치권 로비를 통해 농협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농민들의 주장이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농협중앙회로 이동해 농협중앙회가 정치권 로비, 조합장 동원 등을 통해 농협개혁을 방해하는 것을 규탄하고, 파생금융상품 투기 등을 통해 2조원이 넘는 농민재산을 탕진한 것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집회에서 대회사, 연대사 등 주요 발언 내용이다.    〈연승우·최병근 기자〉

농협, 농민 자주조직으로 만들어야

▲ 한도숙 의장
▶한도숙 전농 의장=농협은 원래 농민들의 것이다. 농협은 원래 농민들의 자주적인 힘과 결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새로운 정치권과 정권이 들어서면 농협을 통해 농민들의 피땀을 흡혈귀처럼 뽑아간 것이 이 권력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민들은 농협을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것이라고 입으로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입장을 하나로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정권의 힘에 의해 무너지는 꼴을 당했다.

이제 농협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권이 농민에게 돌려주라고 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우리의 자주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 한다. 또 농협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신·경 분리 하라고 했더니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서 농민들이 그동안 피땀 흘려 일궈놓은 것을 한꺼번에 깡그리 가져가겠다고 한다.

더욱이 외국의 투기자본을 자유롭게 허용해서 농민들이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을 농협 임직원과 자본가들에게 주겠다고 한다. 농협개혁의 한 축인 농협중앙회 또한 어떠한가. 이 기회를 타고 그들만의 직장, 조직,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금융지주회사로 가겠노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를 우리 힘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정말 우리는 죽는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은 우리농업을 갉아먹고 뜯어먹었다. 더 이상 빼앗길 것도, 뜯길 것도 없다. 그나마 농협이 제자리를 찾아야만 우리 민족, 안정적인 먹을거리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국회가 만들려는 음흉한 것을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는 손에서 삽과 괭이를 놔야할지 모른다.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우리가 요구하는 신경분리를 앞세우고 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서 함께 투쟁해 나가자.

▲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농협개혁쟁취! 용산살인진압 이명박정권 규탄!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단체장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도형 민족21 기자
농민조직으로 거듭나게 투쟁하자


▲ 윤요근 회장
▶윤요근 농민연합 상임대표(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회장)
=그동안 농민들은 이 나라 국민, 백성, 먹을거리를 위해 한여름 뜨거운 태양아래 온몸이 타들어가도록, 한겨울 손발이 얼어터지도록 일만 했다.

그러나 이 나라의 마음, 이 세상은 우리 농민들의 마음 그대로가 아니었다.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은 어떻게 했는가. 농산물 값 안정화에 기여했나. 배추 값 1백원 한다고 농협에서 2백 원에 사준 적 있나. 소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농협이 값 비싸게 사준 적 있나.

농협은 농산물 가격을 시장논리에 따라,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팔아서 판매 수수료를 챙겼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면세유 수수료마저 챙겨가고 있지 않느냐. 과연 농협이 우리 농민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서 농협임직원들은 공무원보다 월급을 2배 더 타가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오늘부터 농협이 농민의 손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식품부대로 기회는 이때다, 자기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농협개혁을 질질 끌고 있다. 진정한 농협개혁을 위해 지금부터 투쟁하자.

내 살림 걱정하듯 농협 살림 꿰뚫어야

▲ 김현주
▶김주현 경북 상주 함창농협 대의원협의회 회장
=93년 6월1일자로 인근의 농협과 합병해 16년이 지났다.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결산을 하고 있다. 올해는 최악의 상황이어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변동상여금을 주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조합원들은 농협개혁을 위해 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

조합원들은 진실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내가 내 살림을 걱정하듯 진정한 참여가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 함창농협 조합원들은 예결산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전농이 주관했던 예결산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농협의 잘못된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금 함창농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농협의 실태라고 생각된다. 함창농협은 복지연금을 임의로 올리고 연차수당 일수를 임의로 조정해 찾아간 돈이 16억원 이다. 조합원들은 이를 찾기 위해 지난해 9월 검찰에 고발했으며 10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조합의 내부적인 문제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물러설 수 없어 고등법원에 항의했다. 그랬더니 고등법원에서는 “무혐의 처리한 것을 법원이 재조사한다고 밝혀지겠나”라는 입장을 밝히며 다시 돌려보내더라. 그래서 또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감사원은 농림부로, 농림부는 농협중앙회로, 농협중앙회는 도 지역본부로 내려 보내더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협직원들은 허위매출을 올리고 횡령을 했다. 그래서 또 법원에 고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상의 착오로 표현하고 있다. 허위매출이 1천여건에 이르고 비용이 2억5천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검찰은 당사자를 구속하지도 않는다.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나.

조합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두고 7천만원어치(조합원들이 추렴해 쏟아 부은 돈)의 계란을 던졌다. 그랬더니 바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직원의 업무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는 감사가 선출된다면 농협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기득권 목숨건 저항, 농민들이 막아내야

▲ 기원주 위원장
▶기원주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상황이다. 그동안 농협개혁위원회가 구성되고 전국 지역 순회토론회를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엇이 농민을 위한 개혁인가에 대해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신경분리는 결국 딱 한가지이다. 농민들이 그동안 만든 협동조합,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일궈놓았던 텃밭을 되찾자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2007년 3월 도저히 지금 상황에서 농민을 위한 신경분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지난 1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중앙회 신경분리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이는 농민들이 요구해서 신경분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를 위해 무디스에 보고서를 맡겨놓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명박 정부 때문에 신경분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농민조합원들이 원하는 농산물 판매위주의 협동조합으로 가기 위한 신경분리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회와 지역 조합장들이 반대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과연 이 신경분리 방안이 농민을 위한 것인지 자신이 없다며 여야가 뭉쳐서 반대하고 있다.

바로 이것은 정치권, 기득권자들은 뺏기지 않으려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값싸고 안전한 농자재 공급, 농산물 제대로 팔아주는 농협으로 가자고 하는데 조합장과 중앙회만 반대하고 있다. 이게 정치적 현실이다.
기득권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제 올 한해가 농협이 농민에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가 막아내지 못하면 완전하게 농민조합원들이 관리하지 못 할 일반은행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는 곧 주식회사 형태로서 일반주주가 참여해서 이익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 즉, 농민은 배제되는 것이다.

전국의 대표적 활동가들이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농협을 빼앗길 것이다. 유일하게 우리 농업·농촌을 지킬 수 있는 조직은 농협중앙회다. 앞으로도 건드리지 못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투쟁의 몫이다. 투쟁으로 지켜내지 못하면 외세의 자본이 민족자본을 잠식해 결국 농업·농촌은 몰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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