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합동방역대책위, 돼지열병 백신 전환에 속도 낸다

민관학 합동방역대책위 ‘CSF 대책반’ 첫 회의
롬주→생마커주 백신 신속 전환에 큰 공감대
“생산성 정상화만 생각하더라도 미룰 일 아냐”

  • 입력 2024.02.08 13:22
  • 수정 2024.02.09 16:3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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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민관학합동방역대책위원회 돼지열병 대책반 1차 회의에서 구경본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민관학합동방역대책위원회 돼지열병 대책반 1차 회의에서 구경본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돼지 방역대책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 발족한 민관학합동방역대책위원회(방역대책위)의 돼지열병(CSF) 대책반이 빠른 시일 내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SF 대책반은 첫 회의에서 현행 백신을 대체할 ‘생마커주 백신’의 이점과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CSF 청정화 및 농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해당 백신과 새 진단법을 신속히 보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한돈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방역대책위 제1차 돼지열병(CSF) 대책반 회의를 열었다. 방역대책위 공동대책반장을 맡고 있는 구경본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이주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사무관·안동준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 바이러스질병과 연구관·장경수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문두환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여창일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 팀장·이희영 대한한돈협회 이사(동산농장)·최재혁 대한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이 참석해 CSF 청정화를 위한 기본 방침을 논의했다.

 

“생마커주 백신·진단법 개선, CSF 청정화 달성 필수조건”

이날 회의에서는 안동준 농림축산검역본부 바이러스질병과 연구관과 장경수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주제발표에 나서 각각 청정화를 위한 백신·진단법 및 청정화 로드맵·실천방안을 제안했다. 안 연구관은 롬주 백신과 달리 부작용이 없어 도축 출하일령을 1주일 이상 단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내 보급시 최대 1,000억원의 사료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마커주 백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현재 점유율 약 70%에 이르는 ‘롬주 백신’의 교체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 검역본부가 최근 롬주·생마커주·야외주 모두 동시에 감별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검사의 틀을 개발한 만큼 법령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관은 “기존 돼지열병 항원 진단법(항원 ELISA+PCR)으로 매년 9만5,000두를 검사하고 있는데, 검사시간도 오래 걸리고 야외·백신주 감별을 위한 추가 검사도 불편한 데다 ELISA 검사의 검출강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현재 가축방역사업실시요령 상 돼지열병 항원검사는 ‘ELISA 또는 PCR’이라 명시돼 있어 (진단법을 개발하고도) 아직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감별 PCR’로만 바꿔줘도 문제되는 바이러스를 빠르게 검출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청정화 계획의 초안을 준비한 장경수 교수는 생마커주 백신(사육돼지)·미끼백신(야생멧돼지)으로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기본전략을 내놨다. 장 교수는 2025년 생마커주 백신 경기도 지역 보급 시범사업, 2025~2027년에 걸친 롬주 백신의 생산 중지 정책을 통해 생마커주 백신 접종을 전국에 확산하고, 교체된 감별진단법을 통해 2028년부터 지속적 비발생을 확인한다면 오는 2031년부터는 사육돼지의 백신접종을 중단하는 ‘청정화’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신속한 백신 전환’에 공감대 형성

참석한 위원들은 생마커주 백신의 장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청정화 추진’과 관계없이 백신 전환을 신속히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CSF 청정화의 추진 동력에 대일 수출이라는 목표가 크게 작용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라는 큰 걸림돌로 인해 이를 바랄 수 없고, 한편으론 농가 경쟁력 확보가 여느 때보다 시급한 만큼 기존 백신의 부작용 제거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측면만 고려하더라도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문두환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그간 농가들이 방역정책을 따르기 위해 롬주 백신을 써 오며 생산성에서 손해를 봐 왔던 만큼 이제는 국가가 나서 생마커주 백신의 보급을 확대하고 ‘생산성의 정상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마커주 백신은 롬주 백신 대비 가격이 1.5배 이상 비싸고 지자체별 지원사업 규모의 편차가 큰 탓에 아직 보급률이 30%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문 부회장은 “생마커주 백신이 확산되면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건 누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거냐의 문제”라며 “농가에서 700억원(사료비로 인한 최소 추정 손실)을 꺼내 쓸 거냐, 아니면 국가에서 120억원을 내 (전국적 보급을) 시작해 줄 거냐, 이건 계산해 볼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영 대한한돈협회 이사(동산농장)는 정책 추진과 별개로 당장 백신 교체의 이점에 대해 농가 지도에 나서야 할 일이라고도 말했다. 이 이사는 “출하일령이 예전에는 많아야 보통 170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구제역 백신으로 일주일, 사료에서 단백질을 빼는 바람에 10일이 늘어났고 여기에 롬주 백신까지 맞추니 거의 200일이 넘어간다”라는 생산자의 고충을 전하며 “생산성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농가들에게 마커 백신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출하일령 지연·돼지의 스트레스 등 기존 백신의 문제를 홍보하면 지역에서 예산 확보 등의 여론도 생길 것”이라고 점쳤다.

이주원 농식품부 사무관 역시 과거 수출을 위한 청정화에 집중했으나 지금은 농가 생산성 향상(정상화)으로 초점을 옮긴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이 사무관은 “다른 백신들에 비하면 단가가 낮은 편으로 기존 대비 약 150원 정도 증가하게 되는데, 국비 기준 20억원 내외의 증액으로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구경본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은 이날 회의를 마무리하며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전했다. 구 부회장은 “오늘 참석자들이 거의 동일한 말씀을 해주고 의견을 같이 한 만큼 결론은 이미 다 나온 것 같다”라며 “정부에서 방향을 잘 잡아주고, 한돈협회도 농가들의 아래에서부터의 분위기를 만들어 차기 회의 때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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