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가위질에 주황빛 밀감이 수두룩 쌓였다

  • 입력 2024.02.04 18:15
  • 수정 2024.02.04 18:1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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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들이 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들이 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1월 마지막 날 제주도의 날씨는 흐렸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했고 중산간 지역은 안개가 자욱해 비상등을 켜고 운행할 정도였다.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밀감 수확 현장을 찾아 나선 길, 흐린 날씨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 속 찾아간 곳은 다행히 시설하우스였다.

하우스 문을 여니 밀감이 가득 담긴 노란 컨테이너 상자가 이미 수두룩하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밀감나무 사이를 헤치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 ‘사각사각’ 거리는 가위질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더불어 담소를 나누는 여성농민들의 목소리가 가위질 소리에 겹쳐지며 더 가까워진다.

이미 수확이 끝나 한결 가벼워 보이는 나무를 지나니 눈앞에 주렁주렁 밀감을 매단 나무들이 빽빽하다. 한 나무에 한두 명, 여성농민 10여명이 바구니를 내려놓은 채 곳곳에서 밀감을 따 꼭지를 짧게 손질한다. 밀감이 서로 부딪히며 껍질에 상처를 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성농민들의 숙련되고 재빠른 손놀림에 바구니에 밀감이 수북이 쌓이면 남성 외국인노동자들이 손수레에 바구니를 서너 개씩 싣고 하우스 입구 작업장으로 밀감을 실어 나른다. 그곳에선 바구니에 싣고 온 밀감을 노란 컨테이너 상자에 담아 무게를 재느라 여념이 없다.

“밀감 좀 잡서.” 손놀림을 그치지 않는 한 여성농민의 권유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밀감을 그대로 따 껍질을 벗긴다. 그 특유의 주황빛만큼 맛도 향도 달콤하기 그지없다. 밀감의 그 진한 색감에서 맛이 연상된다면 허언일까.

설 명절선물용 밀감은 5일을 전후로 배송 작업이 마무리된다. 중개상에게 밀감을 판매한 농민은 “올해 밀감 값이야 다들 잘 받지 않았나요”라는 말로 명절 전 고된 노동이 그리 헛되지 않았음을 짧게 전한다.

오전 작업을 마무리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농민분들께 인사를 하고 하우스를 나서는데 빈 컨테이너 상자를 가득 실은 트럭이 하우스 문 앞에 선다. 가던 길을 멈추고 이내 빈 상자를 내리는 농민들.

어쩌면 우리가 설 명절에 맛보게 될 밀감 중 하나는 이곳,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워온 밀감이 아닐까. 일손 하나도 아쉬운 바쁜 작업 중에 흔쾌히 취재를 허락해준 농민과 여성농민들, 외국인노동자들에게 거듭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들이 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들이 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들이 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여성농민들이 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수확한 밀감을 손수레에 담아 나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한 시설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수확한 밀감을 손수레에 담아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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