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표고버섯 덮친 ‘동해’에 농민들 ‘망연자실’

이상기후로 한겨울 웃자란 표고버섯 다수 피해

박형대 전남도의원, 재해보험 개선 건의안 마련

  • 입력 2024.02.04 18:00
  • 수정 2024.02.04 18:22
  • 기자명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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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전남 장흥군을 덮친 동해로 노지 재배를 하는 표고버섯 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29일 농민들이 피해 입은 표고버섯을 따고 있다.
전남 장흥군을 덮친 동해로 노지 재배를 하는 표고버섯 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29일 농민들이 피해 입은 표고버섯을 따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라남도 장흥군의 특산물 표고버섯 다수가 동해를 입었다. 장흥군청에 따르면 223개 농가 중 128개 농가에서 원목 185만4,000본(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한 원목을 세는 수량단위)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장흥에서 가장 피해가 심각하다는 유치면을 찾았다. 산속으로 들어가니 원목들을 가지런히 세워놓은 표고버섯 농장이 있었다. 마침 농장을 운영하는 최경환씨는 창고에서 썩은 표고버섯들을 꺼내서 정리하고 있었다. 모두 이번 동해로 인해 썩어가는 표고버섯들이었다. 가까이 가니 악취가 코를 찔렀다.

표고버섯들이 불에 탄 것처럼 새까매졌다. 예년 같으면 추운 겨울에 날이 따뜻해지길 기다렸다가 3~4월에 자라 수확해야 할 표고버섯들이 20℃를 넘는 따뜻한 날씨에 웃자랐고, 이후 내리는 눈·비와 영하 10℃까지 떨어진 추위를 못 견디고 동해를 입었다.

최씨는 “표고버섯 농사를 10년 정도 지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이상기후 때문에 (표고버섯이) 웃자라서 동해 를 입었다”라며 “원목 약 6만본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데 약 5만본에서 자라던 표고버섯이 동해를 입었다. 수확량으로 환산하면 약 2톤의 표고버섯이 피해를 입었으니 5,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확한 표고버섯은 백화·흑화·동고·향고·향신 순으로 등급이 나뉜다. 이번에 동해를 입은 것들은 최하급인 향신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씨는 “향신은 육수용으로 팔기도 하는데 이번에 나온 것들은 육수용으로 팔 수도 없어서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한숨만 쉬었다.

피해는 이번에 죽은 표고버섯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표고버섯이 있던 원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양분을 머금은 표고버섯이 죽으면 해당 표고버섯이 자라던 원목은 다른 원목보다 더 빨리 폐목화가 진행된다. 폐목이 늘어나면 농민들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원목에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하며 스티로폼을 넣었기 때문에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처리하기가 어렵다. 최씨는 “예전에는 톱밥 등을 만들기 위해 (폐목을) 가져가는 업자들도 있었는데 폐목이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동해를 입은 농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보험이다. 표고버섯은 농작물재해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노지에서 재배한 표고버섯은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험 가입은 시설 재배 농가만 가능하다. 최씨는 “이렇게 큰 피해를 보니 (농사 지을) 동기가 사라지고 그냥 힘이 쭉 빠진다. 농작물재해보험 적용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라며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 장흥)의「농업재해대책 개선을 위한 사회보험 전환 및 종합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이 지난달 23일 전남도의회에서 통과됐다. 해당 건의안엔 △보장품목 확대 △재해 피해 농민에 대한 피해보상 △민영보험 체계인 농작물재해보험의 사회보험 전환(국가 책임성 강화) 등이 주요 골자며 품목·품종·지역·면적 등의 조건에 따라 가입을 제한하지 말고 농민 모두 보호받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이번에 피해를 본) 농가들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가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표고버섯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 품목을 확대하라는 농민들의 요구도 있었기에 건의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흥군청은 동해가 발생한 표고버섯 농가들에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피해 농가들의 신청을 받았고 해당 농가들에 군 예비비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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