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한우산업 위기 극복에 생산자 공동사업 지원 확대를

  • 입력 2024.01.28 18:00
  • 수정 2024.01.28 20:18
  • 기자명 황명철 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명철 박사
황명철 박사

 

연초부터 한우 가격하락이 심상찮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의하면, 지난 19일 1등급 한우 1kg당 도매가격이 1만3,685원으로 전주보다는 754원, 5% 떨어졌고, 전월 평균 가격 1만4,622원 대비 937원, 6% 이상 하락했다. 수급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최고급 등급인 투뿔(1++) 등급도 전월의 1만9,809원에서 1만8,303원으로 하락해 1만9,000원대가 무너졌다. 1년 중 한우고기 최대 성수기인 오는 2월 10일 설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이처럼 한우 가격이 무너지면서 농가들의 불안감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한우 가격이 강세를 보여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2024년 한우 가격 약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우 도축 두수가 97만5,000두로, 2023년 94만3,000두 대비 3만2,000두 더 늘어나, 역대 최고 수준이 예측된다며 한우 가격 약세를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5년 이후 도축 두수는 감소 추세로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2024년이 한우 수급상 가장 어려운 시기로, 경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큰 폭의 가격하락으로 한우농가가 입을 경영 충격은 예상외로 클 것이며, 이는 사육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에도 한우 가격하락이 예견되면서, 정부는 연초에 한우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정책의 핵심은 한우자조금 및 농협 등 생산자단체와 협력 하에 한우 소비 촉진으로 가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우자조금 수급안정사업에 정부 예산 321억원을 지원, 총 417억원의 한우자조금 수급안정사업을 추진토록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에 의한 한우자조금의 수급안정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3년 연평균 한우 가격은, 2022년 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한 2023년 한우 가격 1만8,000원 대비, kg당 709원이 높은 1만8,709원으로 약 4% 정도 올랐다. 결과적으로 한우 한 마리당 33만원, 한우산업 전체적으로는 3,100억원의 농가수취 가격 상승효과가 있었다. 소비자 잉여 증가분과 한우 전후방 산업에 미친 긍정적 효과까지 생각하면, 그 경제적 효과 총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24년이 2023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2024년 한우자조금에 대한 정부 지원은 91억원으로, 2023년 321억원 대비 230억원이 줄었다는 데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한우 생산자단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예견된 2024년의 한우 수급 어려움을 감안해 2023년 수준 이상의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자조금 사업은 농가가 십시일반으로 부담하는 농가 거출금에 정부지원금을 더해 수급 안정이라는 공동사업을 통해 농가 공동이익을 최대화하는 활동이다. 사업계획과 추진 과정, 결과평가에 당사자인 농가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생산자 공동사업에 대한 정부 재원 투입이 큰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23년 수급안정사업의 성과는 이러한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면서, 공동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지혜로운 제도로서 우선 2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보험제도와 협동조합이다. 보험제도는 예기치 않은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이고,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이 공동행동으로 시장에서의 경제적 불리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조금 사업은 시장위험에 대한 사전 대비와 시장의 불리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행동이라는 두 가지 특징 및 지혜를 함께 갖춘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도축 두수로 인한 공급과잉과 한우 가격하락이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다행히 경제 사정이 호전돼 한우고기에 대한 수요가 받쳐준다면 가격하락의 충격은 줄어들겠지만, 이는 불투명한 미래다.

확실한 정부 정책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책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며 지혜로운 선택임은 분명하다. 지난해의 경험을 살려서, 재정지원 효과가 검증된 생산자 주체 공동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한우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불안감 완화를 위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