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생명역동농업과 파종 달력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46
  • 기자명 원혜덕(경기 포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혜덕(경기 포천)
원혜덕(경기 포천)

유기농업의 한 종류로 생명역동농업(Bio-Dynamic Agriculture)이 있다.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1924년에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로부터 시작된 농법이다. 이 농법은 현재 유럽과 미주, 호주 등의 40여 개국에서 실행하고 있다. 우리 농장에서도 19년 전부터 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생명역동농법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파종달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달력은 어느 날에 어떤 종류의 작물을 심어야 좋은 농산물을 얻을 수 있는가를 알려준다. 독일의 마리아 툰 여사가 20년 동안 실험과 관찰을 통해 황도상의 12 별자리가 각각 잎, 뿌리, 열매, 꽃에 강한 자극을 줘서 작물이 잘 자라도록 한다는 것을 알아내어 만든 달력이다. 생명역동농업을 실행하는 세계 모든 나라는 마리아 툰이 밝혀낸 이 원리에 따라 파종달력을 만든다. 우리나라처럼 독일에서 나온 마리아 툰 파종 달력을 받아 시차 조정하여 만드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독자적으로 발행하는 미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들도 반드시 ‘마리아 툰 여사가 확립한 파종 달력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라는 문구를 써넣는다. 이제는 마리아 툰 여사 이후 그의 아들이자 동료인 마티아스 툰을 거쳐 마티아스 툰의 여동생 부부와 그의 자녀들이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일반적으로 심는 때를 알려준다고 하면 작물을 종류마다 기온에 맞춰 때를 다르게 심는 것을 말한다. 즉, 추위에 강한 배추나 상추 같은 잎채소는 4월 초나 중순에 심고, 고추나 오이, 토마토 등 열매채소는 만상일(늦서리 내린 날)이 지난 5월 10일경에 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파종 달력에서 말하는 ‘심기 좋은 날’은 다르다. 어느 날 어떤 종류의 씨를 뿌리거나 이식하는 것이 그 작물에 좋은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파종 달력에 적혀있는 날짜에 따라 작물을 심거나 가꾸면 수확량이 많아지고, 그 식물이 가진 유전적 특성이 다음 세대에 잘 전달된다고 한다.

파종 달력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상에는 열두 별자리가 있다. 물고기자리·양자리·황소자리·쌍둥이자리·게자리·사자자리·처녀자리·천칭자리·전갈자리·사수자리·염소자리·물병자리가 황도상에 놓여 있다. 달이 지나는 백도도 황도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달도 한 달에 한 번씩 12 별자리 앞을 차례로 지나간다.

이 12 별자리는 각각 열·물·흙·빛의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고대로부터 알려져 있다. 그중, 양자리·사자자리·사수자리는 열의 요소를, 황소자리·처녀자리·염소자리는 흙의 요소를, 쌍둥이자리·천칭자리·물병자리는 빛의 요소를, 물고기자리·게자리·전갈자리는 물의 요소를 갖고 있다. 달이 한 달간 지구 주위를 돌 때 달은 이 12 별자리 앞을 차례로 지난다. 그때 각각의 별자리가 갖고 있는 요소는 달을 통해 지구와 식물에 전달된다.

열의 요소를 갖고 있는 세 별자리 앞을 달이 지날 때는 과채류에 강한 자극을 주어서, 그 날 과채류나 곡식을 심거나 가꾸면 그 작물의 성장과 수확에 도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흙의 요소를 갖고 있는 세 별자리 앞을 달이 지날 때는 뿌리작물을, 물의 요소를 갖고 있는 세 별자리의 날에는 엽채류를, 빛의 요소를 갖고 있는 세 별자리의 날에는 꽃이나 꽃 작물을 심으면 도움이 된다. 달은 한 달에 지구를 한 바퀴 도니까 한 달 동안 열두 별자리 앞을 한 번씩 차례차례 지나므로 열매·뿌리·잎·꽃 작물을 심거나 가꾸면 좋은 날이 한 달에 세 차례씩 있다.

우리가 마리아 툰에게 판권을 얻어 독일에서 발행하는 원본을 받아 파종 달력을 만들기 시작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우리 농장에서도 사용하고 다른 농가와 텃밭농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보급하고 있다. 생명역동농업 파종 달력 사용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벽에 걸어놓고 쉽게 볼 수 있도록 벽걸이 형태로 바꾼 지는 올해로 9년이 되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