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갑진년처럼 한 해의 이름을 예전 식으로 부르는 원리는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의 조합입니다. 갑진년 할 때 첫 번째 글자 갑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간에서 차례대로 가져옵니다. 두 번째 글자 진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지에서 순서대로 선택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2025년은 갑 다음 천간 을과 진 다음 지지 사를 붙여 을사년, 2026년은 병오년이 됩니다.
한의학 약 중에는 소청룡탕, 대청룡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이 중 소청룡탕은 현재 한의원에서 콧물 비염 등에 사용되고 약국에서도 기성 조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감기 증상을 얘기하며 콧물을 주증상 혹 부증상으로 호소하면 소청룡탕을 처방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알게 모르게 소청룡탕을 드셔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소청룡탕이라는 약의 처방 구성은 마황·작약·오미자·반하·세신·건강·계지로 돼 있습니다. 대청룡탕은 마황·계지·감초·행인·석고·계자·생강·대추로 이뤄져 있습니다. 소청룡탕, 대청룡탕에서 청룡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유는 이 약재들 중 마황이라는 약 때문입니다.
마황이 들어간 처방 이름에 청룡이 쓰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약효가 강력해서 마치 용이 승천하듯이 명현반응이 날 수 있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용이 승천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데 상상 속 동물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하므로 인용합니다.
마황이 들어간 처방 이름에 청룡이 쓰인 또 한 가지 이유는 색깔 때문일 것입니다. 마황의 색깔은 연한 초록색입니다. 초록색인데 왠 푸를 청? 이것은 신호등의 초록 색깔을 파란 불이라고 부르는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푸른색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풀의 빛깔과 같이 맑고 선명한 색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것은 과거 파란색, 초록색을 통칭해서 푸른색이라 불렀기 때문입니다.
즉 한의학에서 청룡은 마황이라는 약재를 의미하며 이는 마황의 강한 약효를 나타냅니다. 모든 약이 그렇지만 특히 마황이라는 약재는 잘 사용하면 명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청룡의 한 해 뭔가 꿈틀꿈틀거리며 새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안정이 최고일 때도 있지만 변화없음은 퇴보이기도 합니다. 뭔가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야 새로운 것도 나타납니다. 구르다 보면 까일 수도 있고 긁힐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어서 쪼그라드는 것보다 백 배는 낫습니다.
2024년 한 해 마황 같은 청룡처럼 과감하게 본인이 뜻하신 바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도전해 보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