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양파 농가 덮친 냉해에 농민들 ‘울상’

정부는 `양파수입' 예고하는데

지자체는 관망만 … 거래도 주춤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47
  • 기자명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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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전남 고흥 금산면의 양파농가들이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피해를 입었다. 권순창 기자
전남 고흥 금산면의 양파농가들이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피해를 입었다. 권순창 기자

 

전라남도 고흥군에 냉해가 발생해 양파에 큰 피해를 줬다. 이 지역에서 피해를 보지 않은 양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15일 고흥군 금산면의 양파밭에 기자가 직접 찾아가보니 양파잎 일부가 시든 것들이 많았다.

김준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고흥지회 사무국장은 양파를 들어 보이며 “이 지역 양파 95% 정도가 이렇게 잎 한두가닥이 시들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무름병에 걸릴 것이다. 출하는 할 수 있겠으나 구가 굵지 않아 상품 가치도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고흥에 냉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이었다. 파종 후 11월까지 최고기온 20도를 넘을 정도로 따뜻했던 날씨가 이 무렵 영하 8도까지 내려가며 갑자기 추워졌다.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에 웃자라 있던 양파들은 한파에 적응하지 못했다.

김 사무국장은 “평소 같았으면 이미 이 지역의 300여 양파 농가 중 절반 이상은 상인들과 포전거래를 진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인들과 거래 한 곳이 10여 곳뿐이고 냉해가 발생한 뒤 (상인들은) 얼씬도 하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포전거래가 안되는 건 다른 악재들이 겹친 탓도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 수매한 양파와 배추로 큰 손실을 봐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양파 2만톤을 수입하겠다고 밝혀 상황은 더 어렵게 됐다.

고흥의 양파 생산량은 무안 등 주산지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 전체 생산량에 큰 영향이 없다. 그럼에도 고흥 양파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수확하는 양파이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고흥의 양파는 조생종 중에서도 극조생종이다. 덕분에 육지에서 가장 빨리 내놓는다. 여기서 나온 양파로 처음 포전거래를 할 때 제값을 받아야 뒤이어 나오는 타 지역 양파들도 제대로 거래된다. 고흥이 바닥을 치면 다 같이 죽는 거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나빠지니 고흥군청이 나서서 조사했고 농촌진흥청에서도 별도로 조사를 했다. 그러나 농민들이 실제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 받는다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인숙 고흥군청 농업정책과 원예특작팀장은 “(농민들의) 냉해 피해 신청을 받았고 농촌진흥청에 원인 규명 요청을 해 조사를 진행했다. 재해판정 결정은 일주일 정도 걸리고 농민들에 대한 보상은 별도로 예산을 신청해서 받는 것이라 빨라야 3~4월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에게 보상이든 거래든 빨리 결정이 나야 하는 이유는 다음 농사를 위해서다. 고흥 농민들은 늦어도 4월까지 양파를 출하하고 나서 고추 등 다른 작물을 심는다. 보상도 거래도 안 된 양파가 계속 자리를 잡고 있으면 다음 농사 일정도 늦어지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보통 양파를 상인들에게 (평당) 1만2,000원 정도로 팔았고 올해 가격이 떨어져 1만원 정도 나온다면 내 주머니에 남는 것 없이 고생만 한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팔고 다음 작물 농사를 지어야 한다. 다음 작물 파종이 늦어지면 그 다음 농사도 늦어지니 2중3중 문제가 생긴다”라며 갑갑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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