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방범초소에서 피어나는 농촌의 희망

  • 입력 2024.01.14 18:00
  • 수정 2024.01.14 18:39
  • 기자명 김성보(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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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전남 나주)
김성보(전남 나주)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내가 사는 나주 금성산에도 새해 해맞이 인파로 북적였다. 떡국을 먹기 위해 서 있는 시민들이 새해 소망을 가득 담아 기꺼이 나이 한 살을 맛있게 챙겨 먹는 풍경에 마음이 훈훈하다. 기다리고 기다린 새해 아침 붉은 태양이 저 멀리 동녘의 구름 안개를 뚫고 솟아올랐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큰딸의 임용고시 합격을….

4월 총선에서 진보당의 국회의원 당선을….

올 한 해 농민들의 농사가 무탈하고 좋은 가격을 받아 웃을 수 있는 해가 되소서….

나는 지역에서 의용소방대와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고 있다. 새해 첫 금요일을 맞이하여 찾아가는 마을 방범활동을 실시했다. 10여명의 방범대원들이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10분에 지정된 마을회관에 집결하여 마을 순찰을 하고, 초소로 가는 길에 우리 면 지역의 절반을, 트럭이나 개인 승용차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차량 이동식 방범활동을 하고 있다. 찾아가는 마을 방범활동은 오랫동안 자율방범대 활동을 했던 현 대장이 방범활동 문화를 혁신하고 44개 마을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 대원들과 토론한 끝에 실시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즐거움이 생겼다. 저녁 방범활동을 마치고 방범초소에 모여 앉아 맛있는 통닭을 먹으며 우리 동네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며 입 담소를 즐기는 것이다. 예전에는 면 소재지 국밥집에서 농민회원들과 술 한 잔 나누며 농사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저녁 술 문화가 점차 사라졌다. 형님들도 나이 들면서 고생했던 육신에 고장이 나서 병원 신세를 하나 둘 지게 되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술꾼이었던 농민회 형님이 저세상으로 일찍 간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방범초소가 농민회 방이고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맛있는 통닭에 오늘의 메뉴는 농촌소멸위기가 이야깃거리로 올랐다. 우리 지역 초등학교 본교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총동문회 결성과 함께 장학금을 만들어 초등학교 후배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런데, 올해 입학생이 4명인데 그중에 우리 지역 아이는 1명이고 3명은 아파트가 밀집한 도시지역에서 교육청 지원 등하교 택시를 이용하는 신입생이다. 참말로 농촌 면 지역의 초등학교 존립이 위태위태한 현실이다. 우리 이야기의 흥미를 불어넣기 위해 내 생각 하나를 던졌다.

“농촌은 결코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사라지고 청년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농촌의 고령화를 극복하고 농촌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는 청년들에게 농촌 지역에 거주하면서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도록 농촌 지역 공공기관 취업특례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물론 청년들의 주거 공간도 만들어 줘야 하고요.”

방범초소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면사무소나 농협과 같은 공공기관이고 학교인데 근무자 대부분이 인근 대도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 첫 출발을 하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취업이 시험을 통한 공개채용 방식인데 이것에 문제를 달고 싶지는 않지만, 도시지역이 아닌 농촌지역의 공공기관 취업에 대해서는 초·중·고를 졸업하고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지역인재 특별채용 방식을 적용하여, 농촌에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주할 수 있도록 해야 농촌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시급히, 지금 당장이라도 국가가, 지자체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6평 방범초소 분위기는 위태로운 농촌소멸을 당장이라도 막아내야 하는 최전선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사뭇 진지하고 절박한 분위기였다. 방범초소의 문을 열고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거린다. 무슨 일 있냐고 쳐다보는 것 같은데, 별들에게 할 말이 없다. 왜 이렇게 사람 사는 세상만 복잡한 것인지 나에게 묻고 있다. 그래도 돌아가는 내 귀에 들리도록 선배 대원이 말한다.

“성보가 국회에 들어가야겠네.”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다. 농촌소멸도, 학교의 위기도 국회에 들어가야 풀 수 있는 숙제인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방범초소가 우리 농촌의 희망제작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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