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산분야 탄소중립방안, 문제없나?

박일진 완주농어업회의소 정책실장

  • 입력 2024.01.14 18:00
  • 수정 2024.01.14 18:39
  • 기자명 박일진 완주농어업회의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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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진 완주농어업회의소 정책실장
박일진 완주농어업회의소 정책실장

지난 3일 정부는 국정현안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축산분야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전략’을 보고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2018년 대비 18%,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겠다” 등으로 이전 보고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동일한 내용을 되풀이해서 보고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이행점검 결과, 모든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반면 건물과 농축산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3%와 1.2%로 각각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해 본다.

 

농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농축산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가축 사육두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 분야에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축산분야는 이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부족할까? 한편으론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상에 배출전망치(BAU, 기후변화 현상과 관련해 감축특별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0%를 줄이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출전망치보다 사육두수 더 늘어

배출전망치에 따르면 사육 규모가 2018년 대비 2030년에 13%, 2050년에 20%로 늘어난다. 온실가스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사육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로 육류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배출전망치 상의 젖소와 한육우 사육규모는 2030년 379만7,000두, 2050년엔 380만두로 증가한다. 그러나 실제 사육규모는 이보다 더 많은 실정이다. 2023년 젖소 사육두수가 대략 38만두 수준이고, 2023년 3‧4분기 한육우의 사육두수가 371만2,000두이기 때문에 젖소까지 포함한 소의 사육두수는 410만두가 된다. 이미 2030년 전망을 훌쩍 초과하고 있다.

사육두수가 증가했으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2022년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1.2% 증가했다면, 사육두수가 정점인 2023년의 배출량은 어찌될지 우려된다. 지금과 같이 사육두수가 증가한다면 연도별 탄소감축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 다행히 2030년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일시적일 뿐, 늘어난 사육두수로 인한 누적 배출량은 문제가 되며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정부가 발표하는 축산분야 탄소중립 정책은 국민과 국제사회에 허울뿐인 약속을 하는 것이고 기만이 될 수도 있다. 축산농가들에게도 불확실한 전망과 정책으로 미래가 실종된 길로 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때이다.

사육두수 증가 원인이 되는 육류 소비 추세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 기후위기라는 상황은 세계의 모든 문명을 바꿔가고 있다. 에너지‧자동차‧건물을 바꿀 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바꾸고 있다. 모든 추세가 바뀌는데 육류소비 추세라고 유지될 수 있을까? 유럽은 이미 저탄소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류가 됐다. 기후위기 상황과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도 머지않아 정점에 이를 것이란 전제도 가능한 일이다.

또한 축산업계가 신처럼 숭배하는 사육두수 확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축산업계는 사육두수를 비롯해 규모를 키워야 축산업이 유지발전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기엔 단백질 수요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축산업도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먹거리가 풍성하고 환경적 가치가 우선인 현재에는 가치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육규모 확대가 반드시 축산업 발전과 연관되지 않는다는 단적인 예가 한우분야다. 한우는 10년 주기로 등‧폭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사육두수가 증가한 탓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데 있다. 1997년과 2011년, 2023년 10년 주기로 한우값은 폭락했다. 그 사이 40만이 넘는 한우농가가 겨우 8만 농가만 남게 됐다. 최근 직면하고 있는 불황으로 한우농가에 얼마나 큰 충격이 닥칠지는 예측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산업을 지키기 위해 사육두수를 지켰지만 농민을 지키지 못했다.

 

이대론 축산분야 탄소중립 달성 불가

과연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지켜가야 하는 것은 여전히 사육두수여야 하는지, 우리의 농민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와 축산업계 모두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축산분야의 탄소중립은 우리 축산인들에게만 한 약속이 아니다. 국민에게,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다. 그런 약속이 지금 계속 파기되고 있다. 약속을 이행할 시간이 2030년, 이제 6년 남았다.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시간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축산분야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철저히 따져보고 왜 이행되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축산농가들과 함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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