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칼럼을 시작하며

  • 입력 2024.01.14 18:00
  • 수정 2024.01.14 18:39
  • 기자명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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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1995년, 2007년, 2023년. 내가 비교적 장기간의 체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해다. 1995년 7월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작물재배 분야) 자격으로 중국에 가서 2년을 생활했다. 2007년 8월에는 박사과정 공부를 위해 중국에 가서 5년을 생활했다. 2023년 2월에는 안식년을 맞아 중국에 가서 근 1년을 생활했다.

1995년 처음 중국과 인연을 맺었으니 내년이면 꼭 30년이 된다. 그동안 중국에 가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했다. 30년 동안 중국에만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지만 틈나는 대로 중국을 알려고 노력했다. 지난해에는 안식년을 맞아 최근 변화된 중국을 알기 위해 베이징에서 1년을 머물렀다.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서두가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중국 경험을 쓴 이유는 내가 중국에 대해 뭘 많이 안다는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경험과 학습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정말이다. 중국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천지고 쉽게 얘기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중국, 특히 중국의 삼농(농업·농촌·농민)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은 우리나라 농산물 수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곡류와 축산물류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양념채소와 농부자재들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배추, 고추, 마늘 파동이 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중국이다.

둘째, 중국은 이념과 활동의 폭이 넓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는 상식적으로 보면 서로 모순되는 말이지만 중국 헌법에 그렇게 적시하고 있다.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중국은 극단적 사회주의에서 극단적 자본주의까지 넓은 사상적, 활동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촌마을의 경우, 어떤 마을은 지극히 사회주의 운영 방식을 지향하는 반면, 어떤 마을은 지극히 자본주의 운영 방식을 지향한다.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지를 판단할 때 중국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사회과학 연구의 ‘보고(寶庫)’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중국과 우리나라는 매우 유사한 농업 구조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농업대국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몬순기후대의 소농구조다. 농가의 대부분은 소농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유무역의 무한경쟁체제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할 것인가가 중국에서도 중요 관심사항이다. 우리나라 또한 그러한 경험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은 동병상련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사례와 정책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농정>에서 갑진년 새해 기획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농업 현황을 진단하는 코너를 만들고 그 일환으로 「지금 중국은」을 만든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여기에 필자로 참여하게 돼 반갑기도 하고 부담도 되지만 내가 그동안 중국의 농업·농촌·농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느낀 내용을 지면으로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갖게 돼 기대도 된다. 중국은 우리가 싫어한다고 멀리할 수 있는 나라가 결코 아니다. 이제는 운명공동체가 됐다. 물론 여기에서 소개되는 일본, 북한도 마찬가지다. 동아시아 국가 간 비교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 알립니다 

이번호부터 이웃 나라 중국의 농업·농촌 현황을 소개하는 새 칼럼 ‘지금 중국은’이 매달 1회 실립니다. 중국 농업·농촌을 장기간 연구해 온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과 전형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필진으로 참여해 주십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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