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스마트팜, 넌 누구냐?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금창영(충남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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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영(충남 홍성)
금창영(충남 홍성)

장관이 바뀌었다

이번에 바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은 2024년 1월 1일에 맞춰 제법 긴 글을 발표했다. 그중 농업부문의 선제적 기후위기 극복방안은 탄소중립직불금과 스마트팜 정도로 읽힌다.

우선 탄소중립직불금은 2024년에 시행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이미 2023년 5월에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제목은 ‘탄소중립직불제 기본구상 연구’이고, 2023년 10월에 제출돼야 할 보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농식품부가 ‘왜 이런 사업을 하려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아주 재미있다.

농식품부는 탄소중립추진전략을 2021년 12월에 수립해 추진 중이다. 그런데 농민들의 탄소감축 활동 참여가 미흡해 감축 이행이 불확실하다. 그래서 농가의 저탄소 활동을 촉진하는 유인체계로 탄소중립직불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문장에서 억울함과 속상함이 느껴진다. 본인들은 주야로 농업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데 농민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으니.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농민들도 억울하다. 내가 지금 휴대폰을 꺼내서 농사짓는 동료 10명에게 전화를 걸어 “2021년 12월에 농식품부가 탄소중립추진전략을 발표한 것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10명 모두 “모른다”고 대답할 거라는 것에 500원 건다.

 

모두가 적극적이다

그에 비하면 스마트팜은 농민들의 동의와 상관없이 강력한 드라이브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여기저기서 스마트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고, 거론되는 돈의 단위도 100억, 200억이 아니라 1,000억, 1,500억을 넘어선다.

충남도지사는 충남을 스마트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하고, 농식품부도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이라는 문서에서 2027년까지 농업 생산의 30% 이상을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하거나,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서 스마트온실을 2027년까지 1만ha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한다. 한발 더 나아가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스마트 농업기술이 기후변화, 고령화, 식량문제, 농촌소멸 등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아, 드디어 80여년 전 미국에서 주목받았던 수경재배가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우는 것일까? 그럼 우리는 이제 가만히 앉아서 정부가 진행하는 스마트농업진흥정책을 즐기면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지금의 농업·농촌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을까?

 

무인화가 농촌소멸에 도움이 되나?

2024년 7월부터 시행되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맨 앞부분에는 모든 법이 그러하듯 이 법을 제정하는 목적이 나와 있다. ‘이 법은 농업 및 연관 산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 등의 융합을 통해 농업의 자동화·정밀화·무인화 등을 촉진하려 한다.’

자동화·정밀화는 이해하겠는데, 뜬금없이 무인화는 무엇인가? 추측컨데 사람 대신 로봇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분명 무인화는 농촌인구증가와 반대 방향으로 보인다.

납득 안되는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누구도 스마트팜에서 벼나 밀, 감자 등의 식량작물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딸기, 파프리카, 상추, 토마토가 식량작물이 되는가?

정말 걱정되는 것은 이런 방식이 과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온도를 높이는 과정만이 아니라, 양액기, 펌프나 분무기, 자동제어장치, 이산화탄소의 공급도 안정적인 전력이 전제돼야 한다. 전기는 에너지이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노지에서 호미로 농사짓는 것과 스마트팜 중에 어떤 것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할 거라 생각하는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농업부문에서 면세유와 농사용 전기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이미 2019년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농식품부는 어떠한 신호도 현장에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동네 농협에 농사용 면세유 지원이 3년 연장된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내가 보기엔 농사용 전기 쓰고, 면세유 쓰는 농민이 문제가 아니라, 먼 산 보고 손 놓고 있다가 농민들의 탄소감축 활동 참여가 미흡하다고 말하는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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