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 고작 그 정도 값 아냐” 럼피스킨 살처분 보상에 불만 고조

한우 번식우 농가들, 유전능력·암소 출하시기 고려 없는 보상방식 개선 요구

  • 입력 2024.01.04 18:55
  • 수정 2024.01.05 08:4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에 확진돼 소를 살처분했던 농가들이 살처분 보상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럼피스킨 확진 사례가 나온 경기도 김포시의 한 목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매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에 확진돼 소를 살처분했던 농가들이 살처분 보상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럼피스킨 확진 사례가 나온 경기도 김포시의 한 목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매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가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종 소 전염병 ‘럼피스킨’. 빠른 종식과 더불어 세간의 관심도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발병 초기 무방비로 전염병에 노출돼 소들을 살처분해야만 했던 농가들이다. ‘100% 보상’이란 방침이 무색하게도 피해 농가들 사이에선 현 보상제도의 비현실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처음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이래 총 107건의 농장에서 확진 사례가 나왔다. 불과 보름새 약 400만두분의 백신을 공급해 일제접종까지 마치는 등 방역당국·관계기관이 전력을 다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한 달 만에 안정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럼피스킨 위기단계도 ‘심각’에서 ‘관심’으로 하향 조정됐다.

당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럼피스킨병이 신종 전염병인 만큼 농가에 책임을 물을 단계가 아니라며 100% 보상금 지급을 강조한 바 있다. 보상금은 지난해 관련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지급이 올해로 미뤄졌는데, 지급 지연보다 더 큰 문제는 설령 100%를 지급한대도 농가의 사육형태에 따라선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단 점이다.

이는 현재의 고기용 소 살처분 보상체계가 ‘살처분 당시 기준 얼마나 살을 찌워뒀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가축전염병예방법」및 그 하위법령에 따라 정부는 제1종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 명령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 정하는 보상금은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을 근거로 하는데, 개량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급요령을 토대로 간단히 요약하면, 현재의 한우 살처분 보상은 대개의 경우 농협이 조사한 당시 시도별 송아지 산지가격을 근간으로 이뤄진다. 그보다 더 자란 소(600kg 이하)는 거기에 마찬가지로 산지가격을 기반으로 한 kg당 가격을 더해주는 식이다. 때문에 유전능력 확보를 위해 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한 송아지의 경우 이를 제대로 보상받을 길이 없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성체가 돼 송아지를 생산 중인 경산우에 대해선 종합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있다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북 고창군에서는 농장 12곳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해 축사 내 911두가 전부 살처분됐다. 대개 사육규모 100두 미만의 번식농장들인데, 이 중 한 곳의 농장주 A씨는 번식농가의 소득 구조를 생각했을 때 현재의 보상체계는 번식우의 가치를 한참 평가절하하는 기준이라며 개탄했다.

A씨는 “모두가 알다시피 전문적으로 번식우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량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 암송아지 같은 경우만 해도 7~8개월령 기준 육종농가들에게 많으면 100만원씩 더 주고 사오는 경우가 흔한데 보상은 당시 산지가격이 기준”이라며 “우리 농장 암소들은 3산을 하고 나면 출하 1년 전부터 살을 찌워 고기소를 내는데, 그전에 살처분 대상이 되면 정상출하 대비 최소 100~150kg은 빠져버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12월 생계안정비용 지원 대상에 럼피스킨병이 포함됐지만 이것 역시 41~60두라는 특정 사육규모가 아니면 100%를 받기도 어렵다. 차라리 안 주느니만 못하다”라고 말하며 살처분 명령을 받은 농가들이 대응행동을 고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들은 지난 11월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준병 의원을 통해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당국이나 지자체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받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이 지역에서 축협 조합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대중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 농가들의 평균 개량 수준이 많이 올라왔는데, 그중에서도 ‘앞서가는’ 번식·일관사육 농가들에게 있어 농장 전체 살처분 명령은 벼락을 맞은 셈과 같다”라며 “번식농가들은 수정과 분만을 위해 암소 체중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는데, 획일적 잣대만으로 보상해주다 보니 상당히 불만이 많다”라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송아지의 구매가뿐만 아니라 실제 어떤 혈통을 갖고 있는지까지 증빙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획일적 잣대만을 들이대는 데 대해 김 부위원장은 크게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 소들만 해도 이미 1번부터 끝번까지 유전체 분석을 다 해뒀다. 이미 갖고 있는 객관적 자료들을 토대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겠단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한우 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