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2024년에는 차별 없는 농촌을 만들어 갑시다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5
  • 기자명 임은주(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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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경기 여주)
임은주(경기 여주)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하고 여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생명력 넘치는 여주를 함께 만들자! 여주시 농업농촌 토론회’가 지난해 12월말에 열렸습니다. 다른 지역의 농민들에게도 매한가지였겠지만 여주 농민들은 2023년 초부터 그야말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대대적인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으로 농업노동을 할 인력이 없어 농산물 생산이나 출하를 못 해 난리가 났고,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여주통합RPC의 농민위원 퇴출 및 수매가 합의안 파기, 농민들의 천막농성, 적재투쟁 등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랬던 2023년의 연말에 열리는 농업농촌토론회가 우리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주지역의 발전적인 농업농촌 전망을 밝히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석을 했습니다.

`우리농업의 미래'라는 기조발제에 이어 여주의 농민들이 청년농민 육성, 농업 노동력 해결 방안, 쌀 산업 발전방안, 친환경농업 발전방안을 토론했고 저도 여성농민 정책 제안을 했습니다. 여주시 농정과장의 여주시 농업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이 참석해 청중토론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청중토론에서 나온 의견처럼 이날의 논의가 쌀 수매가 문제·농협개혁의 해결로 진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청년농민들, 농업노동력 부족과 외국인노동자들, 여성농민들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논의들로 진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라는 이름을 달고 교육을 준비하고 다른 지역으로 강의를 다니며 많은 여성농민을 만납니다.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주민으로 LNG가스 화력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음과 내뿜어지는 연기를 듣고 보면서 시청으로 면사무소로 가서 문제해결을 호소한다고 공무원들도 만났습니다. 센터의 사업을 통해 수많은 눈들과 마주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다른 해보다 더 많은 종류의 사람들과 다양한 종류의 일들을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 단어는 ‘차별’이었습니다.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여성농민들의 얼굴을 봅니다. 도시와 농촌의 차별, 남성과 여성의 차별 등 중첩된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린 이렇게 착하게 살고 있지? 왜 웃으며 살고 있지?' 하는 의문이 불쑥불쑥 올라왔습니다. 고통을 호소를 하는 주민들 앞에서 주민편이 아닌 발전소편의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입장 바꿔 생각 좀 해봐라, 너희가 우리 동네에서 네 말대로 살 수 있겠니? 이렇게 살면서 아무 소리 안하고 살 수 있어? 차라리 발전소 직원을 하지, 월급도 더 많을 텐데' 하는 원망과 비아냥이 올라왔습니다. 농민들은 차가운 천막에 앉아 떨고 있는데 조합장은 방실방실 웃으며 박카스병을 돌리고 있구나 싶어 그 자리가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소득은 984만원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농촌가구의 평균 연소득이 도시노동자의 연소득보다 3,200만원이 적어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도 59.1%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나라의 뿌리라고 하는 농촌에서는 쓰레기 산이 들어서고 폐플라스틱을 굳혀 원료로 쓰는 SRF발전소가 들어서고 물류센터, 송전탑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유독화학물질들을 몇 톤씩 뿌려대는 가스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는 쉼 없이 굵은 연기가 솟아 여주 전역에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습니다.

그 농촌에서 여성조합원은 30%를 넘어섰는데 2023년 여성조합장의 비율은 단 1.166%입니다. 2020년 도시의 여성 통장은 74.86%, 농촌의 여성 이장은 9.3%입니다. 대부분의 마을 회의나 행사 날짜를 남성들이 정하면 여성들은 장보고 김치와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고 밥을 지어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남성들이 다 먹고 물러난 상에 앉거나 부엌에서 밥을 먹습니다. 너무나 불평등한 모습이 으레 그려러니 여겨지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2024년은 좀 평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시작을 하겠습니다. 제가 행하고 있는 차별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반성하며 고치고 내 주변의 차별부터 관찰하고 공부하고 가보겠습니다. 함께 하실 분들, 신청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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