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이라 해도 다사다난 말고는 달리 쓸 단어가 없을 2023년 한 해도 그 꼬리를 감추고 있다. 나라 안팎이 숨 가쁘게 돌아간 올 한 해, 숱한 사람이 들고 나기도 했던 지리산 자락에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풍운아처럼 지리산과 수도산을 넘나들던 반달가슴곰 오삼이도 그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다. 우리 초록걸음 길동무들도 변함없이 지리산의 실핏줄 같은 그 길들을 걷고 또 걸었다.
2023년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웠고 그 위태로움은 쉬 끝나지 않을 듯싶다. 산청과 함양의 케이블카, 남원 산악열차, 구례의 골프장과 양수발전 댐에 최근엔 한동안 잠잠하던 덕천강 덕산댐까지 온 지리산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앞세운 개발 광풍에 휩싸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주민 공동체가 망가지든 말든 개발에 혈안이 돼 있고 현 정부 또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 과정에서 보여주듯 기후위기의 시대에 역주행하고 있으니 더 절망적이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려는 지리산 사람들이 아픈 지리산 곳곳을 누비며 지리산을 껴안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의 이런 몸짓이 비록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될지라도 우린 우리의 방식으로 뚜벅뚜벅 지리산을 걸어갈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필자가 일년내내 지리산을 걸으며 담아온 사진들을 보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왜 아름다운지를 느낀다.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지리산의 속살이기 때문이리라.
지난 2년 동안 매달 호환 마마보다도 무서운 원고 마감에 시달리면서도 이어온 ‘숲샘의 지리산통신’, 비록 폰카 사진에 빈약한 필력이었지만 독자 여러분이 보내준 성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지리산 지킴이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 보내주심에도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면 기꺼이 길잡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지리산이 연결 고리가 돼 사진과 글로 만난 지난 2년이 행복했습니다.
알립니다
이번호를 끝으로 ‘숲샘의 지리산통신’ 연재를 종료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