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학 함께 방역정책 만들고 질병 대응 나선다

정부·한돈협회,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 가동
“형식적 기구 아닌, 방역정책 주도할 ‘실질적 기구’” 

  • 입력 2023.12.11 19:27
  • 수정 2024.01.10 13:4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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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일 발족한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의 위촉위원들.
지난 8일 발족한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의 위촉위원들.

 

정부 방역당국과 생산자들, 현장수의사와 연구자들까지. 돼지 가축전염병에 맞서는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소모성 질병 대책까지 아우를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합동방역대책위)’를 구성했다. 방역당국은 이 거버넌스 체계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방역정책을 실질 수립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수차례 확신했고, 이에 위촉 위원들도 첫 회의부터 구체적인 제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합동방역대책위는 지난 8일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앞서 합동방역대책위는 위촉 위원들을 각각의 특기에 맞춰 △PED(돼지유행성설사병)·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구제역 △CSF(돼지열병) 3개 질병 대책반으로 편성했다.

대책위 활동을 총괄하는 위원장·대책반장은 생산자단체와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이 함께 맡는다. 공동대책위원장은 손세희 한돈협회장·안용덕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 공동대책반장은 구경본 한돈협회 수석부회장·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이다.

손세희 공동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의 MSY(모돈 1두당 연간출하마릿수)가 18두 수준에서 수십년째 올라가지 못하는 데는 질병이 영향이 크다”라며 “이번 대책위가 잘 구성돼 돼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차산업을 선진축산으로 만들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라고 인사했다.

발족식 후 곧바로 이어진 전체회의는 합동방역대책위가 준비한 반별 방역대책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위원들이 이에 의견을 덧대는 식으로 진행됐다. 방역정책국은 우선 통계상 발생현황보다 훨씬 많이 현장에 만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PED·PERS에 대해 검사 대상 질병을 10종에서 PED·PERS 2종으로 압축하는 대신 대상 농가수를 286가구에서 1,800가구로 대폭 확대하는 ‘모니터링 검사체계 개편’을 통해 맞춤형 농장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역조치(백신 접종) 그 자체가 농가들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구제역의 경우, 이상육 발생을 막기 위해 근육부위 접종 대신 피내·피하 접종용 구제역 백신의 조기 도입을 추진한다.

한편 CSF는 2016년 9월 마지막 발생 이후 7년 이상 발생하지 않은 만큼, 이번 합동방역대책위 논의를 통해 지난 2015년 잠정 중단된 ‘청정화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백신 대신 야외감염 여부를 구분 가능한 ‘마커백신’을 도입하고 지역별 발생위험도를 평가해, 최종적으로는 예방접종을 중단하고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청정화 인증을 받겠단 계획이다.

이재춘 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장(PED·PERS 대책반)은 ‘항체형성률이 낮다’는 사실을 뒤집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협의회장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백신 접종 없이도 수십년 동안 음성돈을 유지하는 농장들이 의외로 많이 있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소모성 질병에 대해 백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유식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부장(PED·PERS 대책반)은 “PED·PERS는 다른 두 대책반이 다루는 질병과 다르게 생산성과 굉장히 밀접하다. 두 질병은 만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3종 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농가들이 이를 얘기하려 하지 않고, 하더라도 문서로 남기거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라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장수의사들 사이에선 법정 전염병 해제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제안했다.

이원형 수의사(구제역 대책반)는 “백신 비접종 청정국인 대만의 경우를 보면 항체양성률을 따지지 않고 철저히 감염항체(NSP) 중심으로 판단한다. 즉 바이러스가 현장에 돌고 있는지를 핵심으로 본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외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 ‘이상육 감소’ 두 가지를 목표로 두고 계획을 만들어가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박성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사(구제역 대책반)는 “구제역은 발생 상황 상 접종을 끊기는 어려운 질병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대만과 달리 한국은 인접한 북한과 중국의 발생정보가 제한적이라 이미 종식된 유형이나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교육이 한돈협회 네트워크와 농식품부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 검역본부에서 많은 노력을 통해 피내 접종 원천기술을 개발한 만큼 조기 도입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장경수 부산가톨릭대 교수(CSF 대책반)는 “기존 롬주 백신이 지금까지 많은 역할을 했지만 체중 감소 등에서 손실이 따른다는 것을 확인했고, 또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멧돼지에 의한 야외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라며 “다행히 마커백신이 너무 잘 나와 있는데 모돈에 대한 안정성을 입증하고 가격경쟁력 부분을 좀 더 고민하면 국제적으로도 좋은 표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합동방역대책위는 내년 1월부터 각 반별 회의를 소집해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나선다. 이를 전체회의에서 정리하고 결론을 도출해 정책·예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안용덕 공동대책위원장은 “내년에는 재난형 질병을 포함, 주요 가축 질병에 대해 방역상 단계별·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중장기적 방역 대책(로드맵)을 만들겠단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원활한 3개 대책반 운영을 위해 정부가 열심히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합동방역대책위) 대표 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한돈협회장, 장경수 부산가톨릭대 교수, 구경본 대한한돈협회 수석부회장, 이창희 경상대 교수,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 대표 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 장경수 부산가톨릭대 교수, 구경본 대한한돈협회 수석부회장, 이창희 경상대 교수,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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