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표기, 한글론 안 되지만 영어론 된다?

식약처 ‘대체식품의 표시 가이드라인’ 해석

  • 입력 2023.12.07 19:04
  • 수정 2023.12.07 19:0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식물성 재료를 통해 인공적인 방법으로 축산물을 모방·구현한 ‘대체식품’의 제품 표기방식을 두고 오랜 논쟁이 이어진 끝에 정부의 공식 지침이 나왔다. 축산업계의 큰 반발을 불렀던 ‘대체육’·‘대체유’ 등의 표현을 포함, ‘고기(육)’, ‘우유(유)’와 같은 1차 축산물의 명칭이 포함된 제품명은 원칙적으로 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우회적으로 기존의 의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는 지난 8월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식물성 원료 등을 사용해 동물성 식품과 유사하게 만든 식품들을 ‘대체식품’으로 정의하기로 한 바 있다. 당국은 이후 관련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말 제품에 표시하려는 영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기준과 방법을 제시하는 ‘대체식품의 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배포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체식품을 제조·가공·수입·소분하는 영업자는 대체식품의 용기 또는 포장 주 표시 면에 ‘대체식품’임을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제품명은 동물성 식품 등으로 오인·혼동하지 않도록 정해야 하고, 동물성 원료의 포함 여부도 표기해야 한다. 정리하면 대체식품 판매를 위해선 제품명·‘대체식품’·원료 포함여부 3가지 표시를 병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콩을 원료로 만든 함박스테이크 제품은 ‘콩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와 같이 원재료를 강조한 제품명과 더불어 △14포인트 크기 이상의 ‘대체식품’ 표기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사실을 알리는 12포인트 이상의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와 같은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

제품명에는 ‘함박스테이크’, ‘불고기’, ‘너겟’과 같이 가공을 거친 육류 요리 이름은 쓸 수 있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우유’, ‘계란’과 같은 1차 축산물의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즉 축산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식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식물성 돼지고기’, ‘아몬드 우유’와 같은 이름은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대체식품 시장이 확장되며 최근 사용이 늘어난 ‘대체육’, ‘대체유’와 같이 식품업계가 만든 제품군 이름은 쓸 수 없게 했다. 다만 이미 생산된 포장용기에 적힌 표기는 소진 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경우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를 강조하는 표현’에 한해 표기하게 할 수 있게 한 점 등 시장에 혼란을 줄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시판 육류 대체식품 대부분은 가공식품들로, 그 가운데는 햄과 같이 유통기한이 매우 긴 제품도 있어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에도 한동안 시장에는 ‘대체육’을 표기한 제품들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트프리’, ‘고기 대신’과 같은 표현들은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를 강조함으로써 대체육과 같은 통칭과 함께 더욱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3가지 핵심사안 준수를 조건으로 이 또한 허용했다. 게다가 시판 ‘베러미트’, ‘비욘드미트’ 등은 상표권으로 등록돼 제품명이 아닌 브랜드명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법을 쓸 경우 사실상 ‘대체육’과 유사한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를 영문으로는 여전히 표기할 수 있다.

한편 이름에 1차 축산물이 포함되더라도 오랜 기간 소비된 대체식품들 역시 예외 사례로 간주해 규제하지 않는다. 예컨대 ‘두유’, ‘콩고기’, ‘땅콩버터’, ‘코코넛밀크’ 등은 실제 우유와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동물성 식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판단해 가이드라인의 적용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