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과학원, 몸속에서 ‘유전자 가위’ 만드는 돼지 개발

살아있는 돼지서 유전자 편집, 정밀한 유전자 기능 연구 가능
“축산분야 가축 개량, 질병 저항성 연구에 활용·성과 기대”

  • 입력 2023.12.05 15:37
  • 수정 2023.12.05 15:3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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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캐스나인 유전자 발현 돼지.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캐스나인 유전자 발현 돼지.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농진청) 축산과학원은 소위 ‘유전자 가위’로 널리 알려진 ‘캐스나인(Cas9, CRISPR associated protein 9)’ 단백질을 몸속에서 발현하는 돼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살아있는 돼지가 국내에서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는 중국(2017, 2023)과 독일(2021), 덴마크(2022)에 이어 네 번째다. 축산과학원은 유전자 기능 연구에 있어 돼지를 활용한 유전자 편집 동물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체세포 복제 방법을 활용해 이를 발현하는 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살아있는 돼지의 몸속에 ‘캐스나인 유전자 가위’가 있으면 유전자 기능을 동물의 체내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를 활용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원하는 유전자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물 체내에서의 유전자 편집은 캐스나인 유전자 가위와 더불어 ‘가이드 알엔에이(gRNA)’를 체내에 직접 넣어줘야만 가능했다. 이 방법은 유전자 가위의 크기와 동물 자체의 면역 반응 때문에 유전자 편집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돼지는 캐스나인 유전자 가위를 자기 몸속에서 만들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또 이 돼지는 우리나라 제주 재래 흑돼지로부터 개량된 ‘난축맛돈’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덕분에 앞으로 우리나라 재래 돼지 개량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축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돼지의 다양한 조직에서 캐스나인 유전자 가위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해당 돼지의 세포에 gRNA만 주입해도 돼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침입 통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살아있는 유전자 편집 모형 동물로써 근육량 증가, 기후변화 극복, 질병 저항 등 축산분야뿐만 아니라 사람의 질병 연구나 약물 개발 등 의약학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이번 개발의 의의란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특허 출원(출원번호 1020230140898)도 마쳤다. 류재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은 “돼지의 경제형질, 열 내성, 질병과 관련된 다양한 후보 유전자의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를 지닌 돼지를 활용할 계획이다”라며 “이를 위해 유전자 가위 돼지를 증식하고 생체 내에서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gRNA 제작법을 확립하는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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