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축산물 선호와 축산업 혐오, 그 격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입력 2023.12.03 18:00
  • 수정 2023.12.03 18:03
  • 기자명 황명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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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철 박사
황명철 박사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축산물을 선호하면서도, 축산업에 대해서는 폄훼 및 혐오 분위기가 팽배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합친, 1인당 육류소비량은 58.4㎏으로, 주식이었던 쌀 소비량 56.7㎏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생일상이나 결혼식 등 주요 가족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기고 축산물이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선물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한우고기이다. 닭고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는 치킨과 맥주가 결합된 ‘치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선호하는 명품 가방과 지갑, 벨트 등도, 고급 자동차 인테리어를 장식하는 것도 가축 유래 천연 가죽이다.

이처럼 축산물과 축산 부산물에 대한 깊은 사랑과 달리,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경우가 자주 있다. 사실과 다른 정보로 축산업에 잘못 씌워진 프레임이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 기후 위기 촉발설, 축산식품 건강 위해설, 축산업 환경오염 주범설 등이다. 그 배경에는 채식주의자, 소수의 동물권 운동가 및 환경 운동가들의 일방적 주장이 있다. 아울러 거짓 정보를 인용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동조, 교육계의 동조가 있다. 또한, 대체식품이라 불리는 모조단백질 식품 개발을 추진하는 식품회사와 유통업체의 동조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팩트와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정보를 외면하고, 축산업의 단편적·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2021년에는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지역 교육청에서 ‘채식급식’을 의무화하는 일도 있었다. 육류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취지다.

한 농축산 관련 연구소에 따르면, 언론이 온실가스 주 배출원으로 축산업을 주목하게 된 것은 채식주의 단체들이 지난 10여 년간 축산업을 온실가스의 주된 배출원으로 지목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를 홍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축산업을 폄훼하는 단체들이 자주 인용하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보고서는 2006년에 FAO에서 발표한 ‘축산업의 긴 그림자’인데,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8%로 교통부문보다 많고, 토지와 수질 악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축산업의 긴 그림자’가 지적하는 환경에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인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축산업에 악영향을 미친 보고서는, 2009년 월드워치에서 발표한 ‘축산업과 기후변화’이다. 보고서는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51%에 이른다면서, 축산분야 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축산물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대신 식물성 식품, 배양육 등 축산모방 식품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두 보고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진실과 다르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20년 2월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소가 배출하는 탄소는 공기 중에서 광합성을 통해 목초지 등 사료작물로 흡수되고, 소가 이를 사료로 섭취함으로써 고기를 만들어 내는, 약 15년 주기 ‘생물학적 탄소 순환’의 한 과정으로, 대기 중에 추가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와는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발표한 축산부문 탄소배출량은 국내 총배출량의 1.5%에 불과하다.

축산물은 양질의 단백질, 지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 유지와 장수의 열쇠가 되는 식품이다. 국민의 체격이 커지고,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축산물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축산업은 경종농업이 어려운 조건 불리 지역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농촌사회를 유지하며,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바이오매스 및 식품찌거기를 사료로 활용하여 양질의 식품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 및 국민에게 전달하는 일은, 축산업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축산업의 잘못된 프레임을 바로 잡기 위해, 학계와 생산자 단체 중심으로 ‘축산의 진실을 알리는 학자들의 모임’과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등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영향력이 충분치 못하다. 따라서, 사회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정치인의 관심과 국민 공익 증대를 도모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오는 2024년 총선에서 축산업에 잘못 씌어진 프레임을 바로 잡겠다는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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