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농업’ 거론하는 농식품부 … “현장 농업부터 챙겨라”

정부, 미국 주도 ‘아르테미스 계획’ 일환으로 ‘우주농업’ 의제 내밀어

  • 입력 2023.12.01 16:45
  • 수정 2023.12.03 18:1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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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계획 '아르테미스 계획'에 동참하는 32개국 목록. 우리나라는 문재인정부 시기였던 2021년부터 이 계획에 참여 중이다.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계획 '아르테미스 계획'에 동참하는 32개국 목록. 우리나라는 문재인정부 시기였던 2021년부터 이 계획에 참여 중이다. NASA 제공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우주농업’을 주제로 한 포럼을 열었다. 한국정부가 미국 주도 우주개발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우주농업을 우리의 주된 과제처럼 이야기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지금 농민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도외시한 채 우주농업부터 이야기하는 게 순서가 맞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농식품부 주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노수현, 농기평) 주관으로 제35회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이 ‘우주농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 아래 경기도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우주개발 시대의 농업기술 연구 방향(윤남규 농촌진흥청 첨단농자재육성팀 연구관) △우주 환경에서의 생물학(식물공학) 연구 동향 및 미래 대응방안(김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 △우주농업을 위한 연구개발 현황과 발전 방안(오명민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원예과학과 교수) △달 탐사 추진 및 달 기지 건설준비 현황(정태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뤄졌고, 토론엔 이정삼 농식품부 스마트농업정책과장, 강대현 ㈜플랜티팜(식물공장 기업 팜에이트의 자회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명민 충북대 교수가 정의한 우주농업은, 우주 환경에서 미세중력·저압환경·전리방사선 등 불리한 요인을 이겨내고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을 뜻하며, 그 범위엔 △우주정거장 내 우주인을 위한 작물 재배 △화성, 달 등 우주 공간에서의 작물 재배 등이 들어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 탐사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달에 보내고 2045년 화성 탐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인데, 이에 발맞춰 우주농업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포럼에선 우주에서의 적용 가능한 농업기술로서 수직농장(식물공장) 기술이 주로 거론됐다. 이정삼 농식품부 스마트농업정책과장은 토론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스마트팜 발전단계는 4단계다. 1단계는 유리온실 스마트팜 기술, 2단계는 수직농장 기술, 3단계는 극지방 적응 수직농장 기술, 그리고 마지막 4단계가 우주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수직농장 기술”이라며 “정부는 2021~2027년에 걸쳐 약 4,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팜 다부처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2027년까지의 목표는 3단계(극지방 적응 수직농장 기술)까지 진척시키는 것인데, 우주농업 연구가 진척되지 않는 데다 이를 총괄할 부서가 없음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2027년 이후론 다음 단계로서 우주농업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7월부터「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스마트농업법)」시행을 통해 스마트농업 발전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장은 이어 “달과 화성의 중력은 각각 지구 중력의 6분의 1과 38%에 그친다. 식물이 달과 화성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중력과 온도를 제공하는 등 식물 재배 환경을 제어할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시점에 우주농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계획으로, 우주개발에 관심 있는 여러 나라의 자본·기술을 합쳐서 우주 공간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문재인정부 시기였던 2021년부터 이 계획에 참여했고, 현재는 32개국이 참여 중이다. 참가국의 면면을 보면 주도국인 미국 외에 일본·영국·캐나다·이스라엘·우크라이나 등 미국과 가깝거나, 미국의 우주개발 경쟁 대상인 러시아·중국과 각을 세우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날 포럼에서도 아르테미스 계획 이야기가 나왔다. 윤남규 농촌진흥청 첨단농자재육성팀 연구관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달 기지를 만들 시 우리나라가 담당해야 할 부분으로서, 농업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적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우주농업을 추진하려면 결국 △달 탐사를 위한 유인 발사체 기술 보유 △우주정거장 개발·발사 기술 보유 중 하나라도 있어야 유의미한 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달 탐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인 발사체 하드웨어인 SLS 로켓 및 HLS 착륙선의 개발기술 및 권리를 미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유인 달 착륙선인 HLS 착륙선은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가 독점 개발했다. 우주정거장의 경우 사실상 러시아·미국·중국 외엔 자체 보유국이 없다.

요컨대 정부는 미국이 핵심기술 및 장비·시설을 독점한 상태에서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조직화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면서, 당장의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안 맞는 우주농업을 핵심 과제처럼 이야기하는 셈이다. 설령 달 착륙 기술을 확보하거나, 타국의 우주정거장 또는 우주기지에 ‘세 들어’ 재배시설을 마련한다 해도, 현장 농민 입장에선 비용 문제로 인해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주농업 논의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현장 농민들이 기후위기와 생산비 폭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식물공장 기술을 핵심 농정 기조처럼 내세우는 것도 문제인데, 이젠 난데없이 우주농업을 이야기하느냐”며 현장 농민을 위한 정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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